유대인의 왕(눅23:26-38)

조회 수 2175 추천 수 0 2014.12.09 21:20:26

26 그들이 예수를 끌고 갈 때에 시몬이라는 구레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것을 붙들어 그에게 십자가를 지워 예수를 따르게 하더라

27 또 백성과 및 그를 위하여 가슴을 치며 슬피 우는 여자의 큰 무리가 따라오는지라

28 예수께서 돌이켜 그들을 향하여 이르시되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29 보라 날이 이르면 사람이 말하기를 잉태하지 못하는 이와 해산하지 못한 배와 먹이지 못한 젖이 복이 있다 하리라

30 그 때에 사람이 산들을 대하여 우리 위에 무너지라 하며 작은 산들을 대하여 우리를 덮으라 하리라

31 푸른 나무에도 이같이 하거든 마른 나무에는 어떻게 되리요 하시니라

32 또 다른 두 행악자도 사형을 받게 되어 예수와 함께 끌려 가니라

33 해골이라 하는 곳에 이르러 거기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고 두 행악자도 그렇게 하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34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그들이 그의 옷을 나눠 제비 뽑을새

35 백성은 서서 구경하는데 관리들은 비웃어 이르되 저가 남을 구원하였으니 만일 하나님이 택하신 자 그리스도이면 자신도 구원할지어다 하고

36 군인들도 희롱하면서 나아와 신 포도주를 주며

37 이르되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면 네가 너를 구원하라 하더라

38 그의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이라 쓴 패가 있더라


구레네는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로 현재 리비아의 트리폴리를 말합니다. 세 복음서에서는 모두 시몬이 우연히 지나다가 이 일을 당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당시 구레네 사람들의 회당이 예루살렘에 있었고(행6:9) 초기 기독교인들 중에 구레네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아(행 2:10; 11:20) 시몬은 해외에 거주하는 유대인 즉 디아스포라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예루살렘에 있었던 것은 유월절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마가복음에서는 시몬이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라고 밝히고 있는데(막15:21) 이는 두 자녀가 당시 잘 알려진 인물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위해 울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에 대하여 당연히 애통하고 슬퍼해야 하지만 오히려 마땅히 가야할 길을 가는 것이며 그것은 인류 구원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리려는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애통해하는 관심의 대상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는데, 정작 마음 아프고 애통할 일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문제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예수님의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는 장면은 그들이 ”자기의 하는 일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라는 말을 통해 잘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십자가에 달리시는 순간에도 오히려 유대 백성들을 걱정하셨는데, ”아이 밴 자들과 젖먹이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실제로 A.D.70년에 로마 장군 디도(Ditus)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되었을 때 여자들과 아이들이 미처 도망하지 못하여 많은 화를 입었습니다.


다른 복음서와는 달리 누가는 예수가 사형장으로 끌여 가는 장면을 상세하게 묘사하며 이와 더불어 두 사람의 사형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형수와 함께 형장으로 끌려가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일반 사형수와 같이 강도나 범죄자와 동일한 취급을 당하여 처형되신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구약의 예언을 이루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사53:12). 그러나 누가복음에서는 이 두 행악자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는 반면에 마태(마 27:38)와 마가복음(막 15:27)에서는 그들이 강도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못박혀 고통을 당하시는 동안 처형하는 자들은 옷을 제비뽑아 나눠 갖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은 당시의 관습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예언이 성취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시22:18). 그리고 로마 군병은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면 네가 너를 구원하리라”고 조롱하는데, 이는 그들이 로마의 군병들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종교적 의미나 정치적 의미보다는 단순히 십자가 위에 달린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패를 보고 조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병들은 예수께 신 포도주를 주는데, 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합니다. 희롱하면서 신 포도주를 주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희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었다고 할 수 있고, 예수께서 “목 마르다“(요19:28)고 하신 사실을 생각하면 목을 축이기 위해 준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형 집행자가 관례에 따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의무적으로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이 예언의 성취를 위한 것(시 69:21)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롱하려는 목적이 강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먹을 수 없는 것으로 주어서 고통을 가중시키고 수치스럽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의 왕“이라고 기록된 명패는 희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붙여진 것인데, 이 명패는 히브리어, 로마어, 헬러아로 되어 있고(요19:20), 또 그것을 빌라도가 직접 적은 것으로 언급되고 있는데(요19:19). 오히려 이 명패는 예수님의 신분을 밝혀주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조롱하기 위해 붙여준 이름이 결국에는 부활을 통해 왕권을 확증하는 영광스러운 이름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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