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수많은 무리가 함께 갈새 예수께서 돌이키사 이르시되
26 무릇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고
27 누구든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자도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28 너희 중의 누가 망대를 세우고자 할진대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에 족할는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계산하지 아니하겠느냐
29 그렇게 아니하여 그 기초만 쌓고 능히 이루지 못하면 보는 자가 다 비웃어
30 이르되 이 사람이 공사를 시작하고 능히 이루지 못하였다 하리라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갈 때에 먼저 앉아 일만 명으로써 저 이만 명을 거느리고 오는 자를 대적할 수 있을까 헤아리지 아니하겠느냐
32 만일 못할 터이면 그가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청할지니라
33 이와 같이 너희 중의 누구든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34 소금이 좋은 것이나 소금도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35 땅에도, 거름에도 쓸 데 없어 내버리느니라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하시니라
예수님은 제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준비되어야 하는 마음을 세 가지로 요약하여 설명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라”(26)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27)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라”(33)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제자들에게 있어서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주님을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한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명령에 대하여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들에 대하여 제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말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먼저 예수님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더욱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는 매우 오해되기 쉬운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말씀이 마치 부모님을 비롯하여 주변의 가족들과 단절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미워하라”는 말의 의미는 “덜 사랑한다”는 말로 상대적으로 다른 것보다 덜 귀하게 여기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이는 곧 예수님을 따르는 자가 그분보다 가족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을 때 제자로서의 자격을 잃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 말씀은 구원의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대상은 제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자들에 대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고 계시는데, 십자가는 단순히 고난을 당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십자가는 그 의미가 죽음을 상징합니다. 왜냐하면 십자가는 사형틀로 사용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희생의 사랑을 가지고 갈 준비를 해야만 제자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다면 그는 제자로서 온전한 사명을 감당해내기 어렵습니다. 초대교회 안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고, 또한 죽음의 위협속에서 살아야만 했습니다. 실제로 야고보와 스데반은 순교를 당했고, 바울과 같은 이들은 수많은 죽음의 고비들을 넘겼으며, 전승에 의하면 베드로와 바울도 순교를 당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자가 되려면 죽음을 각오해야만 합니다.
제자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가르침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라”는 것입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결국 주님의 일을 하는데, 엄청난 방해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아니니아와 삽비라 부부는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처럼 제자의 길을 걷지 않는 자들조차 소유에 대한 집착이 이처럼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주는데, 하물며 제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자가 소유에 대한 집착을 하게 된다면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안겨주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 두어야 하는 것은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라는 의미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무소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초대교회에는 바나바와 같이 자신의 가진 재산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복음전도자로서 평생을 헌신했던 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소유에 대한 이해는 소유에 대한 의식을 버리는 것, 즉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제자가 되기 위한 마음의 자세에 대하여 소개하면서 소금에 대한 비유로 말씀을 정리합니다. 소금은 짠 맛을 내야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음식물 속에 녹아져야만 합니다. 마찬가지로 제자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믿음의 본, 즉 선한 행실을 통해서 세상에서 맛을 낼 수 있어야 하며, 그들 속에서 녹아지는 희생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들만이 예수님의 제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