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그리고 부르심

조회 수 2727 추천 수 0 2010.06.05 15:16:33

나는 기도를 할 때 조용한 예배당에 앉아서 오랜 시간동안 침묵하는 것으로 기도를 대신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올바른 기도 방법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지만 내게 있어서는 매우 특별한 시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것은 남들이 생각하는 묵상과는 다른 것입니다. 묵상은 일반적으로 성경 구절을 읽고 그것을 마음에 담기 위해 주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는 것이지만 제게 있어서 침묵은 오히려 기도에 더욱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역을 하는 동안 나는 단 한번도 문제를 피해간 적이 없습니다. 하나의 과제를 해결하면 또 다른 과제가 내 앞에 다가오고, 이제 조금 나아지는가 싶으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발생이 되면서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지금은 어지간한 문제 앞에서도 감각이 없을 정도로 무던하게 지나쳐버리곤 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내가 사역을 하면서 첫 번째 위기를 만났을 때,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전국의 기도원이라는 곳은 모두 찾아다니면서 금식을 하고 밤낮의 구분 없이 부르짖으며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는 너무도 절박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결사적으로 해결되기를 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절박했던 문제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어져 갔고, 어느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의 기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나는 주님께 수없이 많은 것들을 구했지만 단 한번도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지난 시간에 대부분의 나의 기도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기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나의 기도는 점점 말하기보다는 침묵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었으며, 그것은 이제 내게 새로운 기도의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나는 때로 나의 이러한 모습들이 잘 못된 기도라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오래 전부터 종교적인 관습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었고, 2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말하면서 기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침묵하는 기도에 대하여 위로는 받는 것은 성경 안에서 침묵이 주는 유익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 앞에서도 침묵하시고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들을 구원하시고자 하셨던 예수님이나, 베드로와 같이 그토록 말이 많았던 자가 예수님을 부인한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소명을 받는 모습들을 보면서 침묵의 뒤에는 언제나 놀라운 소명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침묵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커다란 수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침묵하면서 주님의 소리를 듣기위해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성경의 말씀을 벗어난 나만의 특별계시를 듣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지금 주님을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주님의 명령을 바르게 이행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먼저 나를 돌아보면서 성령의 도우심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오늘도 침묵 속에서 주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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