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계시록 1장 4-6절
“요한은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편지하노니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와 그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과 또 충성된 증인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먼저 나시고 땅의 임금들의 머리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기를 원하노라. 우리를 사랑하사 그의 피로 우리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 그의 아버지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신 그에게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 있기를 원하노라 아멘.” (요한계시록 1:4-6)
본문은 요한계시록의 서두에서 사도 요한이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한,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과 사역을 요약적으로 보여주는 귀한 본문입니다. 요한은 이 말씀을 통해 교회가 고난과 핍박 가운데 있을 때, 참된 위로와 소망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이 본문에 나타난 예수님의 정체성은 단순한 인격이나 종교 지도자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요한은 예수님을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라고 소개하며, 그분의 영원성과 하나님의 속성을 동시에 증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분을 “충성된 증인”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먼저 나신 이”로, 그리고 “땅의 임금들의 머리가 되신 이”로 선포함으로써 예수님의 삼중적인 사역, 곧 선지자, 제사장, 왕 되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라는 명칭은 헬라어로 ‘크리스토스(Χριστός)’이며, 이는 히브리어 ‘메시아(מָשִׁיחַ)’와 같은 뜻을 갖습니다. 즉,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의미입니다. 구약 시대에 기름 부음을 받은 자들은 대표적으로 세 부류, 곧 선지자, 제사장, 왕이었습니다. 이 모든 직분을 예수님께서 한 몸에 지니셨기에, 우리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고백할 때, 우리는 그분의 삼중직을 함께 고백하는 것입니다.
먼저 예수님은 선지자이십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이 땅 가운데 사람들에게 계시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히브리서 1장 1-2절은 말씀합니다. “옛적에 선지자들을 통하여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는 아들을 통하여 우리에게 말씀하셨으니...” 예수님은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가장 분명하고 완전하게 계시하신 선지자 중의 선지자이십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시기 이전에도 구약의 예언자들을 통하여 미리 말씀하셨고, 이 땅에 오셔서는 친히 말씀으로 가르치셨으며, 십자가를 앞에 두고도 자신이 메시아이심을 분명히 증거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은, 단순한 종교적 칭호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진리를 온전히 전하시는 참된 선지자의 사역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예수님은 대제사장이십니다. 구약의 제사장은 짐승의 피를 가지고 성소에 나아가 백성들의 죄를 사하기 위한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9장 12절에 따르면, 예수님은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고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단지 대속물인 피를 드리는 제사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죄 제물로 드리신 완전한 제사장이십니다. 그분은 단 한 번의 제사로 모든 믿는 자의 죄를 사하시고, 지금도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우리를 위하여 중보하시며, 우리를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감당하고 계십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은혜입니까?
셋째로 예수님은 왕이십니다. 본문은 예수님을 “땅의 임금들의 머리”라 소개하며, 장차 그분이 만왕의 왕으로 오셔서 이 땅을 다스리실 것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상징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지금도 모든 나라의 주권 위에 계신 분이시며, 장차 천년왕국을 세우시고 실제로 통치하실 만왕의 왕이십니다. 요한계시록 19장 16절은 그분의 옷과 넓적다리에 “만왕의 왕, 만주의 주”라는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증거합니다. 예수님은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인간의 왕권은 유한하고 불완전하지만, 예수님의 왕권은 영원하며 의로우며 평강으로 충만한 통치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백성이며, 그분의 통치 아래에서 진정한 평안을 누리는 자들입니다.
이러한 삼중직을 통해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시며, 우리로 하여금 왕 같은 제사장으로 세우셨습니다. 본문 6절은 말씀합니다. “그의 아버지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신 그에게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 있기를 원하노라 아멘.” 우리가 예수님 안에서 왕 같은 제사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용서받은 죄인이 아니라, 이제는 하나님 앞에서 예배하는 자요,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는 사명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예수님의 선지자 되심을 믿는 자는 그분의 말씀을 귀하게 여기고, 날마다 말씀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제사장 되심을 믿는 자는 날마다 그분 앞에 나아가 죄를 자복하고 회개하며, 하나님과의 교제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예수님의 왕 되심을 믿는 자는 세상의 통치가 아니라, 주님의 다스리심에 복종하며, 주님의 뜻을 이 땅에서 실현하는 제자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는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고백은 단지 믿음의 출발이 아니라, 우리의 삶의 중심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구속하신 구세주이시며, 지금도 우리를 위해 중보하시며, 장차 영광 가운데 다시 오실 왕이십니다. 그분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자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고난 중에도 믿음을 잃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참된 선지자, 완전한 제사장, 영원한 왕이시기 때문입니다.
그 예수 그리스도께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분 안에 거하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