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6
적막감이 감도는 텅빈 거리
위용을 과시하던 나뭇잎들이
어디론가 흩어져 버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초라함, 쓸쓸함을
간직한 채 서 있는 가로수
창조자의 손길을 통해 얼어붙은 세상에서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담고 뛰노는 아이들
세상 모두가 멈추어 섰어도
저들의 심장은 멈추지 아니하리라
하이얀 눈꽃들이 거리를 수놓을 때
거리의 연인들이 서로를 감싸며
한발짝 한발짝 옮길 때마다
혹이나 흩어질까 조심조심
이제 창조자는 봄을 만들어 내리라
얼어붙은 세상을 녹아내리고
멈추어진 만물을 생동케하며
희망의 시간들을 안겨주리라
1992.12.27 대전의 허름한 방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