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러나 내가 이것을 하나도 쓰지 아니하였고 또 이 말을 쓰는 것은 내게 이같이 하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 누구든지 내 자랑하는 것을 헛된 데로 돌리지 못하게 하리라

16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

대부분의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를 물질이나 명예, 권세에 기준을 둡니다. 그러나 그가 바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완성에 대하여 결국 회의적인 말을 하고 이 세상을 떠나갑니다. 역사에 수많은 권력자들과 재력가들, 존경을 받았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들은 인생이 헛되다는 것입니다. 왕자였던 석가가 세상에는 낙이 없음을 한탄하며 산으로 향했고, 소크라테스가 그의 철학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악법도 법이다'라고 외치며 감옥에서 외로이 죽었고, 솔로몬이 그의 지혜와 부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헛되다'고 외치면서 후손들에게 자신의 인생과 같이 불행해지지 말 것을 권하며 죽어갔습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물질과 명예와 권세를 얻기 위해 불철주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지금이라도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다면 부와 명예와 권세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음을 항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 일들이 자신의 사역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못할뿐더러 전혀 그럴 생각이 없음을 말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바울은 로마의 감옥에 갇혀있을 동안에도 어느 교회로부터도 위로의 말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를 사랑하는 몇몇 제자들로부터 서로 위로하고 권면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원망하고 있지 않았으며, 그들이 바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서신을 보냈고, 그들을 사랑하고 있음과 하나님의 일을 위해서 충성된 삶을 살아줄 것을 권고해 주었습니다. 바울이 고린도 성도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했던 것은 자신의 입장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그리스도를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교훈해 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바울은 그의 서신들을 통해서 자신의 연약성에 대하여 열거하고 있습니다. 만일 바울이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면 우리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힘을 기울이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는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요 명예로운 가문 출신으로 세상적으로 부족함이 전혀 없는 자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영웅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지나친 영웅 만들기를 통하여 그들의 영적인 삶에 피해를 주는 일이 빈번합니다. 일부의 사람들이 이들을 지나친 영웅으로 만들어 그들의 경건의 삶에 재를 뿌리는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경건한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의 죄를 알고 무능함을 고백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신이 영웅이 되기 위한 무엇인가를 해 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신이 자랑할 것이 전혀 없음을 누차 강조하며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라'라고 말하면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책임감을 역설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일은 세상의 공적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그 일이 하나님 나라의 일들과 무관하다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복음은 부자나 가난한 자나, 명예가 있거나 없거나, 지식이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으로 상급이 얻어지지 않습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고 있느냐 하는 것으로 삶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바울은 이 사실에 대하여 보다 분명한 입장에 있었으며, 그는 자신의 가진 세상의 것들을 포기했고, 복음을 위하여 자신의 생애를 맡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