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시편 12314

 

시편 123편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중 네 번째 시편으로, 예루살렘을 향해 나아가던 순례자들이 하나님께 자신들의 간구를 드리는 겸손과 의탁의 기도입니다. 앞선 120편에서 순례자는 거짓된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고, 121편에서는 하나님이 지켜주심을 확신했습니다. 122편에서는 예루살렘에서 예배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제 123편에서는 하나님 앞에 다시 무릎 꿇어 자비를 구하는 겸손한 마음의 노래를 올려드립니다.

 

시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늘에 계시는 주여 내가 눈을 들어 주께 향하나이다.” (1) 시편 기자는 하늘을 향해 눈을 듭니다. 여기서 눈을 든다는 것은 단순히 하늘을 바라보는 육체적 행위가 아니라, 마음의 시선을 하나님께 고정하는 신앙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땅의 문제에서 눈을 떼어 하나님께 집중하는 영적 결단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시선이 세상을 향할 때 불안과 절망이 찾아오지만, 하나님을 향할 때 소망과 평안이 임합니다. 하늘을 향한 눈길은 신앙인의 삶의 방향을 상징합니다. , 하나님을 바라본다는 것은 곧 그분께 의지하며 기다린다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시인은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힙니다. 상전의 손을 바라보는 종들의 눈 같이, 여주인의 손을 바라보는 여종의 눈 같이 우리의 눈이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은혜 베푸시기를 기다리나이다.” (2) 이 말씀은 놀라운 신앙의 표현입니다. 종은 주인의 손을 바라봅니다. 주인의 손에는 명령이 있고, 또한 자비가 있습니다. 종은 자신이 가진 것이 없기에 오직 주인의 손짓 하나에 생사가 달려 있습니다. 시인은 바로 그러한 절대의존의 자세로 하나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나아갈 때는 언제나 이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 은혜를 구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나, 주님만이 내 도움이십니다.” 이것이 진정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하나님을 바라본다는 것은 기다림을 포함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에 즉시 응답하실 수도 있지만, 때로는 기다리게 하십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의 믿음을 연단하시고, 겸손을 배우게 하시는 훈련의 시간입니다. 종이 주인을 기다리듯, 우리는 하나님의 때를 신뢰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은혜는 때가 되면 반드시 임합니다.

 

시인은 이어서 간절히 외칩니다. 여호와여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우리가 심한 멸시로 말미암아 심히 가득하니이다.” (3) 여기서 은혜를 베푸소서라는 표현이 두 번 반복됩니다. 이 반복은 간절함을 나타냅니다. 시인은 단지 입술의 기도가 아니라, 눈물로 부르짖는 절박한 심정을 드러냅니다. 그는 멸시와 조롱 속에 있었고, 세상의 무시와 억압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택한 길은 원망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였습니다. 신앙인의 강함은 세상에 대항하는 능력에 있지 않고, 하나님께 엎드릴 줄 아는 겸손에 있습니다.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안일한 자의 조소와 교만한 자의 멸시가 우리 영혼에 가득하니이다.” (4) 세상은 신앙을 비웃고, 믿음을 조롱하며,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를 어리석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속에서도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합니다. 세상이 우리를 비웃을수록, 우리는 더욱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조롱이 깊어질수록,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간절히 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시선 안에 머무는 자는 결코 멸시당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영혼을 붙드시고 반드시 회복시키십니다.

 

시편 123편은 인간의 연약함과 하나님의 자비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우리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주여,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이 믿음의 본질입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십니다(4:6). 우리의 눈이 땅의 불안이 아닌 하늘의 주님께 향할 때, 그분은 우리에게 은혜의 손을 내미십니다.

 

오늘 우리 삶에도 여전히 많은 조롱과 시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눈을 들어 주를 바라보십시오. 하나님은 하늘에서 우리의 눈물을 보고 계십니다. 우리의 억울함을 아시며, 우리의 기다림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세상은 교만으로 자신을 높이지만, 믿음의 사람은 겸손으로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그 겸손한 눈길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는 흐르고, 그 기다림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손길이 임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십시오. “하늘에 계신 주여, 내가 눈을 들어 주께 향하나이다.” 우리의 눈이 세상이 아니라 하나님께 고정될 때, 우리는 어떤 멸시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주인이시며, 그분의 자비가 우리의 생명입니다. 오늘도 하늘을 향한 눈, 은혜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시다. 주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은혜의 손으로 우리를 일으키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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