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전체를 통틀어 시편 88편과 같이 깊고 절망적인 탄식의 기도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시편은 고난 속에서도 마지막에는 소망과 찬양으로 나아가지만, 시편 88편은 끝까지 어두운 톤을 유지합니다. “나의 영혼에는 재난이 가득하며 내 생명은 스올에 가까웠사오니”(3절)라고 고백하며, 시인은 죽음의 문턱에 선 듯한 깊은 절망을 토로합니다. 그러나 이 시편은 어둠 속에서 부르짖는 신앙인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 말씀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부르짖음이 어떻게 신앙의 본질인지 깨닫게 됩니다.
시인은 먼저 하나님을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라 부르며 시작합니다(1절). 비록 현실은 절망으로 가득 차 있지만, 시인은 여전히 하나님을 붙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의 출발점입니다.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여호와여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여”라고 부르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믿음의 사람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상황은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와 같고 힘 없는 자와 같으며 사지에 던져진 자와 같으며”(4–6절)라고 고백합니다. 친구와 친척도 떠나가고, 오직 고독만이 남아 있습니다(8절, 18절). 인간적으로 볼 때 이 시인은 버려진 자, 희망이 없는 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기도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낮에도 부르짖고 밤에도 하나님 앞에 나아갑니다(1–2절, 13절).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신앙의 교훈을 얻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언제나 삶이 형통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과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은 절망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찾습니다. 기도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신앙의 증거입니다.
또한 시인은 하나님께 거침없이 항의합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버리셨나이까, 주의 진노가 나를 덮었나이다”(7절, 14절). 마치 하나님께서 원수처럼 자신을 대하는 것 같다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신앙의 태도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 고백입니다. 만약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면, 그토록 간절히 부르짖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향한 항의조차 믿음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시편 88편은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적용점을 줍니다.
첫째, 믿음은 고난 중에도 하나님께 부르짖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가 즉시 응답되지 않고,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여도, 믿음의 사람은 여전히 하나님을 찾습니다. 가정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 직장에서 풀리지 않는 어려움, 교회 안에서 감당하기 힘든 아픔이 있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둘째, 신앙은 솔직한 고백을 포함합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통과 원망을 숨기지 않고 하나님께 쏟아놓습니다.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솔직해야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토하며, 낙심을 고백하더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받아주십니다.
셋째,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을 붙드는 것이 소망의 시작입니다. 비록 시편 88편은 마지막까지 어둡게 끝나지만, 성경 속에서 이 시편은 버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이런 기도도 귀히 받으신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어둠 가운데 부르짖을 때, 하나님은 이미 우리와 함께하시며, 결국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과 빛을 주실 것입니다.
시편 88편은 어쩌면 우리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일 수 있습니다. 기도해도 응답이 없는 것 같고, 고통이 계속되는 날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오늘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의 끈을 놓지 말라. 하나님은 여전히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시다.
오늘 이 말씀을 붙들며, 우리도 고백합시다.
“주여, 제 인생이 어둠 가운데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주를 향해 부르짖겠습니다. 저를 버리지 마시고, 주의 은혜로 붙들어 주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