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 (시편 56:4)
이 시는 다윗이 블레셋 사람들에게 잡혀 가드 왕 아기스 앞에 섰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인 믹담 시입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다윗은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으며 믿음을 지켰고, 그 고백이 오늘 우리에게도 깊은 도전과 위로가 됩니다.
1. 긍휼을 구하는 절박한 외침 (1-2절)
“하나님이여 나를 긍휼히 여기소서 사람이 나를 삼키려고 종일 치며 압제하나이다.” 다윗은 지금 도망자의 신세입니다. 사울 왕의 질투로 인해 광야를 떠돌고, 블레셋의 적진에까지 발을 들이게 된 그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놓여 있습니다. 원수들이 종일토록 자기를 삼키려 하며, 음모와 공격이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는 인간적인 수단이 아닌 하나님의 긍휼만을 구합니다. ‘긍휼’이라는 단어는 단지 불쌍히 여김이 아니라, 고통 가운데 있는 자를 구해주시는 하나님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다윗은 하나님이 자신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그 고통의 현실 가운데로 들어와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입니다.
2. 두려움 속에서 드러난 믿음의 고백 (3-4절)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주를 의지하리이다.”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입니다. 다윗은 두려움이 닥치는 날에, 오히려 더 깊이 하나님을 의지하겠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혈육 있는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라고 선포합니다. 인간의 위협은 제한적이고, 그 생명도 유한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영원하시며 전능하시기에, 그분을 의지하는 자는 어떤 상황 속에서도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믿음이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붙드는 결단입니다.
3. 음모와 위협 속에 숨겨진 고통 (5-7절)
다윗은 “저희가 종일 내 말을 곡해하며 내게 대한 저희 모든 사상은 사악이라”고 토로합니다. 원수들은 단지 육체적인 위협만이 아니라, 다윗의 말과 행동을 곡해하고, 정신적·정서적 고통을 더합니다. 6절에서는 “저희가 내 생명을 엿보던 것과 같이 또 모여 숨어 내 종적을 살피나이다”라며, 그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위협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다윗은 이러한 현실 앞에서도 하나님께 기도하며, “저희가 죄악을 짓고야 피하오리이까 하나님이여 분노하사 뭇 백성을 낮추소서”라고 의지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공의를 신뢰하였고, 악한 자들이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확신했습니다.
4. 눈물을 기억하시는 하나님 (8절)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으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입니까? 다윗은 자신의 고단한 떠돌이 인생, 그리고 수없이 흘렸던 눈물을 하나님께서 하나하나 세시고, 병에 담아 기억해주시기를 구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눈물을 잊지 않으시고, 고통의 순간을 기록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의 괴로움과 아픔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병에 담긴 눈물은 언젠가 응답으로 바뀌고, 감사와 찬양으로 결실 맺게 될 것입니다.
5. 기도와 찬송으로 얻는 승리 (9-11절)
“내가 아뢰는 날에 내 원수가 물러가리니 하나님이 나를 도우심인 줄 아나이다.” 다윗은 기도의 능력을 확신했습니다. 무릎 꿇고 하나님께 아뢰는 그 순간, 원수들은 물러나게 될 것이라 고백합니다. 그리고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라고 반복하며, 사람보다 크신 하나님께 신뢰를 두고 있음을 선포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도, 환경이나 사람의 위협보다 더 크신 하나님께 집중할 때, 두려움은 물러가고 담대함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담대함은 찬송이 됩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하며 그 믿음을 더욱 굳게 하였습니다.
6. 서원의 제사와 감사의 삶 (12-13절)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서원함이 있사온즉 내가 감사제를 주께 드리리니.” 다윗은 자신이 어려움에서 구원받으면 하나님께 감사제사를 드리겠다고 서원합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는 아직 구원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전에 미리 감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는 “주께서 내 생명을 사망에서 건지셨음이라”고 과거형으로 고백하면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은혜까지 확신하고 찬송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믿음의 본질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을 믿고, 먼저 감사하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반드시 역사하십니다.
시편 56편은 절망의 자리에서 시작되지만, 확신과 찬송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두려움 가운데에서도 믿음을 선택한 다윗처럼, 우리도 위기의 순간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을 하나님은 기억하시며, 우리가 드리는 기도는 반드시 응답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고난의 자리에 있을지라도 낙심하지 말고, 오히려 찬송으로 하나님을 높이며 나아갑시다. 그리할 때, 우리 역시 다윗처럼 하나님의 생명의 빛 가운데 걷게 될 줄로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