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8장 8-9절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불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지매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 가운데 생명 가진 피조물들의 삼분의 일이 죽고 배들의 삼분의 일이 파괴되더라.” (요한계시록 8:8-9)
이 말씀은 일곱 나팔 가운데 둘째 나팔 재앙이 울려 퍼질 때에 나타난 하나님의 또 다른 심판의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첫째 나팔에서는 땅의 삼분의 일이 타버렸고, 이제 둘째 나팔에서는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생명이 있는 바다 생물의 삼분의 일이 죽으며, 배들의 삼분의 일이 파괴되는 놀라운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재앙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 가운데 ‘바다’라는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심판이며, 단지 물리적인 재해를 넘어선, 하나님의 뜻과 경고가 담긴 심각한 사건입니다.
본문은 “불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졌다”고 묘사합니다.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자적으로는 화산의 분출을 연상하게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불붙는 큰 산”은 예레미야 51장 25절의 말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보라, 너 파멸의 산아 내가 너를 대적하노라.” 이 말씀은 바벨론의 교만과 세상의 거대한 권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상징하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에서 말하는 ‘불붙는 산’은 마지막 때에 있을 전쟁과 하나님의 심판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세상의 강대국과 악한 세력들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가 실현되는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불붙는 산이 바다에 던져지면서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었다고 말씀합니다. 이 장면은 출애굽기 7장 20-21절에서 애굽에 내렸던 첫 번째 재앙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일 강의 물이 다 피로 변하고 강에 사는 물고기들이 죽었으며, 강물에서 악취가 나니 애굽 사람들이 강물을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애굽의 물이 피로 변했던 그 심판이 이제는 바다에까지 확대되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출애굽기의 재앙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제 단순히 강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바다가 하나님의 심판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바다는 성경적으로 볼 때 혼돈과 죄악의 상징이며, 때로는 세속적인 나라들과 악한 세력의 근거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요한계시록 13장 1절에서도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라고 기록된 것을 보면, 바다는 종말론적 전투와 관련이 깊은 장소입니다. 따라서 바다가 피로 물든다는 것은 세상의 거대한 구조, 경제와 무역, 군사와 교통의 체계가 하나님의 심판 가운데 놓이게 된다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배들의 삼분의 일이 파괴되었다’는 말씀은 물리적인 해상 운송망의 붕괴를 의미함과 동시에, 전쟁이나 자연재앙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 지구적 혼란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의 경제와 무역은 대부분 해상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 배들이 파괴된다는 것은 단순한 손실을 넘어서서, 인류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인간 문명의 안정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재앙은 전쟁의 결과일 수도 있고, 심한 자연 재해로 인한 것일 수도 있으며, 또는 하나님께서 초자연적으로 일으키시는 직접적인 심판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해석이든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의 일환이며, 악을 향한 하나님의 응답이라는 것입니다.
학자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이 재앙이 전쟁으로 인해 바다가 피로 물들고, 배들이 침몰하는 군사적 충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A. F. Johnson과 같은 학자들은 이것이 격심한 풍랑이나 자연 재앙으로 인해 배가 파괴되는 현상일 수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형태가 무엇이든지 간에, 이 재앙은 하나님께서 악을 심판하시고, 그리스도를 대적하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는 순간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처럼 둘째 나팔 재앙은 그리스도의 뜻을 거스르고 교회를 핍박하며, 하나님의 이름을 대적하는 자들에게 임하는 보복적 심판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 재앙들이 하나님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심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요한계시록의 일곱 나팔 재앙은 아직 하나님의 경고이고, 회개의 기회를 남겨둔 심판입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께서 악인이 돌아오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베드로후서 3장 9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의 약속은 어떤 이들이 더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더딘 것이 아니라 오직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하지 아니하고 다 회개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
그러므로 우리는 이 둘째 나팔의 재앙을 단지 두려움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와 오래 참으심을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하나님은 이 심판을 통해 인간이 회개하고 그분께로 돌아오기를 원하십니다. 마태복음 5장 45절에서 예수님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시며, 진노 가운데서도 긍휼을 잊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이 재앙의 소식을 들은 우리는 지금 더욱더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9장 16절에서 사도 바울은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으면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에베소서 6장 19절에서는 “나로 입을 열어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알리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아직 심판이 완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복음의 사명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둘째 나팔 재앙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에게 깨어 있으라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화려함과 안락함이 하루아침에 붕괴될 수 있음을 경고하시며, 인간의 문명이 결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선언하십니다. 우리는 그 경고를 들은 자로서, 먼저 회개하고, 복음을 전하며, 다시 오실 주님을 예비하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우리를 부르신 목적은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자가 되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회개의 은혜와 구원의 기쁨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전하는 복음의 파수꾼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