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8장 6-7절
“일곱 천사가 나팔 불기를 준비하더라. 첫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분의 일이 타버리고 나무의 삼분의 일이 타버리고 각종 푸른 풀도 타버렸더라” (요한계시록 8:6-7)


 이 말씀은 일곱 나팔 재앙 가운데 첫 번째 나팔이 울려 퍼질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선 구절들에서 우리는 하늘이 반 시 동안 고요해지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 침묵은 하나님의 심판이 곧 임할 것을 암시하는 거룩한 정적이었고, 성도들의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되는 거룩한 준비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일곱 천사 중 첫 번째 천사가 나팔을 붑니다. 그 나팔 소리와 함께 일어난 사건은 단순한 자연 재해가 아니었습니다. 성경은 분명히 말씀합니다. “피 섞인 우박과 불이 나와서 땅에 쏟아지매 땅의 삼분의 일이 타버리고, 나무의 삼분의 일이 타버리고, 각종 푸른 풀도 타버렸더라.”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놀라운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첫째는 불과 피와 우박이라는 조합이고, 둘째는 땅의 삼분의 일이 소멸되는 엄청난 규모의 파괴입니다.


이 재앙은 구약 성경, 특히 출애굽기에서 하나님께서 애굽에 내리신 재앙 가운데 일곱 번째 재앙과 매우 유사합니다. 출애굽기 9장 24-25절에 보면, “불덩이가 섞인 우박이 내려 애굽 온 땅에 쏟아졌고, 사람이나 짐승이나 밭의 모든 채소와 나무들이 우박에 맞아 망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요한계시록의 재앙은 그것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출애굽기의 우박에는 피가 섞여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첫째 나팔 재앙에서는 ‘피 섞인 우박과 불’이 쏟아졌다고 말씀합니다. 이는 이 재앙이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선 초자연적 심판이며, 그 심판의 강도가 출애굽 당시보다 훨씬 더 크고 결정적인 것임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 재앙에서 ‘삼분의 일’이 타버렸다는 표현이 반복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체 중의 일정한 부분이 파괴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하나님의 심판이 전면적인 멸절이 아니라 여전히 회개의 기회를 남겨둔 부분적 심판임을 보여줍니다. 에스겔 5장 2절과 스가랴 13장 8절에서도 ‘삼분의 일’이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심판과 남은 자에 대한 언급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이 표현은 상징적인 의미로서, 아직 심판이 완전하지 않고 은혜가 여전히 유효함을 암시해 줍니다.


또한 유대 전통 속에서 랍비들은 시편 29편에 근거하여, 세계의 삼분의 일이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될 때 메시아가 오신다고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이 해석에 비추어볼 때, 첫째 나팔 재앙은 단순히 자연을 파괴하는 사건이 아니라 메시아의 도래 직전에 임하는 본격적인 환난의 시작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 전체의 흐름을 보더라도 이 재앙은 대환난의 후반기, 즉 마지막 3년 반을 여는 강력한 심판의 시작이며, 종말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재앙은 실제로 어떤 지역의 자연 환경에만 임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상징적으로 하나님을 대적하고, 교회를 핍박하는 세력들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가 ‘땅’이라는 구체적인 현실 속에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 ‘땅’이 단순한 자연계가 아니라 세상과 인간 문명, 즉 하나님을 대적하는 체계와 문화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도 설명합니다. 하지만 본문의 표현은 너무도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재앙은 실제로 생태계의 파괴를 포함한 전 지구적 재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합니다.


특히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 변화, 산불, 생태계 붕괴와 같은 문제들은 종말의 징조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로마서 8장 22절은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고 말씀합니다. 인류의 죄로 인해 피조 세계가 신음하고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자연을 통한 징조들 속에서 회개와 돌이킴의 메시지를 전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이 첫째 나팔의 재앙을 통해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영적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심판은 반드시 임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의 공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둘째, 그 심판 속에서도 하나님의 자비는 여전히 흐르고 있습니다. ‘삼분의 일’만이 타버렸다는 사실은 아직 회개의 문이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우리는 지금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4장 42절에서 주님께서는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땅에 살아가는 성도로서 이 말씀 앞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겠습니까? 그저 두려워하며 살아갈 것이 아니라, 이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 경고의 메시지를 듣고, 날마다 회개하며, 복음에 굳게 서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경고하실 때 듣고 돌이키는 자는 복된 자입니다. 심판은 하나님의 최후의 선택이지, 처음부터 원하시는 일이 아닙니다. 에스겔 33장 11절에서 하나님은 “나 주 여호와가 말하노라. 내가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첫째 나팔의 재앙을 통해 우리는 마지막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다잡아야 하겠습니다. 두려움이 아닌 믿음으로, 무관심이 아닌 경건한 삶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예비하며, 그분의 은혜를 붙들고 살아가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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