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8장 3-5절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함께 보좌 앞 금 제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향연이 성도의 기도와 함께 천사의 손으로부터 하나님 앞으로 올라가는지라.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제단의 불을 담아다가 땅에 쏟으매 우레와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나더라.” (요한계시록 8:3-5)
이 말씀은 하나님의 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즉 일곱 나팔 재앙이 집행되기 전, 하나님 보좌 앞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영적 사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도의 기도’가 천사의 손을 통하여 하나님 앞에 상달되는 거룩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지금 드리는 기도가 얼마나 중요하고 능력 있는 일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귀한 말씀입니다.
본문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또 다른 천사가 와서 제단 곁에 서서 금 향로를 가지고 많은 향을 받았으니 이는 모든 성도의 기도와 함께 보좌 앞 금 제단에 드리고자 함이라.” 여기서 등장하는 천사는 단순한 사역자가 아닙니다. 그는 성도의 기도를 하나님께로 올려드리는 봉사적 사명을 수행하는 거룩한 영체입니다. 구약의 제사장이 백성들을 위해 향을 피우고 기도했던 것처럼, 이 천사는 하늘 성소에서 성도들의 기도를 향과 함께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유대 전통에 의하면 이러한 중재의 역할을 수행하는 천사는 미가엘 혹은 ‘화평의 천사’로 불리는 무명의 천사로 간주되며,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멸망하지 않도록 보살피고 의인들을 위해 중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일하시는 천상의 존재들을 사용하시며, 우리의 기도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십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제단은 바로 ‘금 제단’, 곧 성소 안에 있는 분향단을 말합니다. 출애굽기 30장 6절에 보면, 이 금 향단은 지성소 바로 앞,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자리 앞에 놓여 있었으며, 대제사장이 매일 아침 저녁으로 향을 피우며 백성들을 위해 기도했던 장소입니다. 이 제단에서 피워진 향은 하나님께 상달되는 기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시편 141편 2절에서 시편 기자는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분향함과 같이 되며 나의 손 드는 것이 저녁 제사 같이 되게 하소서”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에스겔 10장 2절의 배경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에스겔 선지자는 환상 가운데, 하나님께서 제단 위 숯불을 손에 담아 성읍에 쏟으라 명하시는 것을 보았는데, 이는 하나님의 심판이 불의한 백성에게 임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요한계시록 8장에서도 천사가 향로에 제단의 불을 담아 땅에 쏟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성도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 장면에서 깊이 묵상해야 할 영적 진리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우리가 드리는 기도가 당장 응답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우리의 현실이 여전히 고난 가운데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지금도 그 기도를 기억하시고,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반드시 응답하십니다. 예레미야 29장 13절에서 하나님은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 또한 예수님께서도 요한복음 16장 24절에서 “지금까지는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구하지 아니하였으나 구하라 그리하면 받으리니 너희 기쁨이 충만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에서 향과 함께 올라가는 성도의 기도는 땅 위에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으로 이어집니다. 본문 5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천사가 향로를 가지고 제단의 불을 담아다가 땅에 쏟으매 우레와 음성과 번개와 지진이 나더라.” 이 표현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앞으로 이어질 나팔 심판의 전주곡이며, 하나님의 거룩한 진노가 땅에 임하기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하나님은 그동안 고난과 핍박 속에서도 신실하게 주님을 따르며 기도하던 성도들의 외침을 잊지 않으셨고, 이제 그 기도에 응답하여 악을 심판하시고 의를 세우시는 것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놀라운 소망이 됩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눈물로 기도할 때, 그 기도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나님 보좌 앞의 금 향단에 담겨, 향기로운 향처럼 하나님께 상달되며, 때가 되면 반드시 열매로 나타날 것입니다. 비록 지금 당장 우리의 기도에 응답이 없어 보인다 해도, 우리는 낙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갈라디아서 6장 9절에서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권면합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도전이 됩니다. 세상은 우리를 억누르고 때로는 침묵하는 하나님 앞에서 실망하게 만들지만, 성경은 분명히 말합니다. 하나님은 반드시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시는 분이시라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내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우리의 기도가 지금은 하늘로 올라가는 향과 같지만, 언젠가는 하나님의 심판과 구원의 역사로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결국 이 말씀은 우리에게 기도하라는 하나님의 초대입니다. 지금은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그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그 준비는 곧 응답으로 이어지고, 응답은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가 세상 가운데 나타나는 길이 됩니다. 우리가 드리는 기도 하나하나는 하나님 앞에 향이 되어 올라가고 있다는 이 진리를 붙들고, 오늘도 믿음으로 무릎 꿇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주님께서 다시 오실 그 날까지 기도하며 기다리는 충성된 주의 백성으로 살아가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