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8장 1-2절
“어린 양이 일곱째 인을 떼실 때에 하늘이 반 시 동안쯤 고요하더니, 내가 보매 하나님 앞에 일곱 천사가 서 있어 일곱 나팔을 받았더라” (요한계시록 8:1-2)


이 말씀은 마지막 일곱째 인이 떼어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장면은 지금까지의 모든 인들과는 다른 특별하고 장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섯째 인까지는 전쟁과 기근, 죽음과 재앙,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의 경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일곱째 인을 떼실 때에 성경은 “하늘이 반 시 동안쯤 고요하더니”라고 말씀합니다. 이는 너무나도 이례적인 장면입니다. 하늘은 늘 찬양과 경배로 가득 찬 곳이지만, 이 순간에는 온 하늘이 침묵에 잠겼습니다.


이 ‘반 시 동안쯤’이라는 표현은 정확히 얼마의 시간인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정적이 짧지 않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침묵의 순간을 두고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어떤 이는 이 침묵을 안식일의 쉼과 같은 것으로 보며, 심판이 시작되기 전 하나님께서 거룩한 쉼의 시간을 허락하신 것이라 해석합니다. 또 어떤 이는 하늘이 잠잠한 것은 하나님께서 고난당하는 성도들의 찬양을 들으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본 말씀의 문맥과 계시록 전체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이 침묵은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이 침묵이 고난 속에 부르짖는 성도들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귀 기울여 들으시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요한계시록 6장 10절에서 순교한 성도들이 큰 소리로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거룩하고 참되신 대주재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심판하여 우리 피를 갚아 주지 아니하시기를 어느 때까지 하시려나이까”라고 외쳤습니다. 이들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하나님의 백성들이며, 이들의 간구는 하늘 보좌 앞에 상달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기도를 들으시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하늘을 잠시 침묵하게 하신 것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은 우리 각자의 기도를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며, 반드시 들으시고 응답하십니다. 시편 34편 15절에서도 말씀합니다. “여호와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의 귀는 그들의 부르짖음에 기울이시는도다.”


둘째는, 이 침묵이 하나님의 혹독한 심판이 임하기 전의 거룩한 정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마치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적막감처럼, 이 침묵은 이제 곧 일곱 나팔 재앙이 시작될 것을 예고하는 긴장된 고요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심판의 시작을 앞둔 엄숙한 시간입니다. 스바냐 1장 7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주 여호와 앞에서 잠잠할지어다. 이는 여호와의 날이 가까웠으므로 여호와께서 희생을 준비하고 그가 청할 자들을 구별하셨음이라.” 하나님의 침묵은 무관심이나 유보가 아니라, 오히려 큰 심판이 임하기 전에 주어지는 마지막 은혜의 시간입니다.


이 고요함 속에서 사도 요한은 또 다른 장면을 목격합니다. 일곱 천사가 하나님 앞에 서서 일곱 나팔을 받습니다. 이 나팔은 단순한 악기가 아닙니다. 성경에서 나팔은 언제나 하나님의 임재, 경고, 그리고 심판을 상징하는 도구였습니다. 민수기 10장 9절에 보면, “너희의 땅에서 너희가 대적을 치러 나갈 때에 나팔을 불지니 그리하면 너희 하나님 여호와가 너희를 기억하고 너희를 너희 대적에게서 구원하시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나팔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불러 모으고, 하나님의 명령을 선포하는 신호였습니다.


신약에서도 나팔은 중요한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마태복음 24장 31절에서는 “그가 큰 나팔 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저희가 그의 택하신 자들을 하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사방에서 모으리라” 하셨고, 고린도전서 15장 52절에서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되리니 나팔 소리가 남에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고 우리도 변화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나팔은 하나님의 명령이 선포되는 도구이며, 종말의 때에 하나님의 계획이 실행되는 신호입니다.


요한이 본 일곱 천사는 특별한 존재들입니다. 외경서인 토빗서에서는 이 일곱 천사의 이름을 ‘우리엘, 라파엘, 라구엘, 미가엘, 사라카엘, 가브리엘, 레미엘’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들은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그분의 뜻을 집행하는 거룩한 사역자들입니다. 이들이 일곱 나팔을 들고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제 심판의 행진을 준비하고 계심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지 상징적 장면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한 심판이 실제로 이루어질 것임을 선언하는 사건입니다.


이 말씀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겠습니까? 

첫째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침묵이 곧 끝나고, 나팔이 울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대살로니가전서 5장 6절은 우리에게 이렇게 권면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이들과 같이 자지 말고 오직 깨어 정신을 차릴지라.” 

둘째는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계시며, 그 기도가 향기로운 향처럼 하늘에 상달되고 있습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임재를 사모해야 합니다. 나팔은 하나님의 임재의 소리이며, 그분의 권능이 나타나는 신호입니다.


이제 우리는 하늘의 고요함을 듣는 영적인 귀를 가져야 합니다. 그 고요함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며, 또한 경고입니다. 지금이야말로 회개할 때이며, 하나님 앞에 다시 나아갈 시간입니다. 아직 나팔이 울리기 전입니다. 하나님의 침묵 속에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분의 거룩한 나팔이 울려 퍼질 때, 우리는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주님의 다시 오심을 날마다 예비하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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