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을 향한 첫걸음(에스라 2:62-70)

조회 수 13 추천 수 0 2025.03.29 16:38:13

에스라 2장 62-70절
“방백이 그들에게 명령하여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기 전에는 지성물을 먹지 말라 하였느니라...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백성과 노래하는 자들과 문지기들과 느디님 사람들과 이스라엘 무리가 각각 자기들의 성읍에 살았느니라.”


본문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신앙 공동체를 다시 세우기 위한 첫걸음을 어떻게 내디뎠는지를 보여주는 귀한 말씀입니다. 에스라서 2장은 단순한 귀환자 명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회복된 백성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 바로 서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영적 교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63절에서는 매우 민감하면서도 신중한 명령이 하나 주어집니다. 족보가 분명하지 않은 제사장 가문에게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기 전에는 성물을 먹지 말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이는 다소 냉정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하나님의 거룩함과 언약 백성의 순결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제사장의 직무는 아무나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아론의 후손 중에서도 구별된 자만이 그 직무를 맡도록 하셨고, 이는 제사장의 신분과 혈통의 순결함이 곧 예배의 정결성과 직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돌아온 공동체는 단순한 민족적 귀환이 아닌, 신앙의 회복, 언약의 갱신이라는 사명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중요한 시기에 아무리 급하다고 하여도, 혈통을 확인할 수 없는 자가 제사장의 역할을 맡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림과 둠밈”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기 위한 제사장의 도구였습니다. 민수기 27장 21절에도 언급된 바 있듯이, 우림과 둠밈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그만큼 이 문제는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깊은 신앙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있어서 기준은 사람의 편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질서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씀을 단지 제도적인 제한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 명령은 혈통만을 따지는 배타적 구분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히브리서 12장 11절은 말씀합니다. “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에게는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느니라.” 그러므로 이들 또한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과 조상의 죄를 통회하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겸손함으로 살아가야 했던 것입니다.


이어서 본문 64-65절에서는 돌아온 자들의 총수가 42,360명이라 밝히며, 그 외에 노비가 7,337명, 남녀 노래하는 자가 200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중 노비는 이스라엘 본자손 6명당 1명꼴로 매우 높은 비율이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여전히 사회적 약자들을 데리고 함께 돌아올 정도로 공동체 전체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공동체는 강한 자들만의 집단이 아니라, 연약한 자들과 함께 걷는 회복의 공동체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68-69절에 나오는 이름 없는 족장들의 헌신입니다. 본서는 이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지만, 그들이 기꺼이 예루살렘 여호와의 전터에 이르러 하나님의 전을 건축하기 위해 예물을 즐거이 드렸다고 기록합니다. 그들이 드린 예물은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금 61,000 다릭, 은 5,000 마네, 제사장의 의복 100벌—이는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자면 수억 원에 해당하는 거대한 헌물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즐거이, 자기 힘대로 드렸다는 사실입니다.


억지로, 강요로 드린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주신 감동을 따라, 바벨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그들은 즐겁게 드렸습니다. 시편 100편 2절은 말씀합니다. “기쁨으로 여호와를 섬기며 노래하면서 그의 앞에 나아갈지어다.” 우리가 드리는 모든 예물과 헌신도 마땅히 즐거움에서 흘러나와야 합니다.


마지막 70절은 돌아온 자들을 두 부류로 구분하여 기술합니다. 하나는 성전 예배에 직접 참여하는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 노래하는 자들과 문지기들, 느디님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이스라엘 백성들입니다. 이 구분은 차별이 아니라 사명의 구별입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각자의 사명과 역할에 따라 구분되어 세워졌습니다. 고린도전서 12장 18절은 말합니다. “이제 하나님이 그 원하시는 대로 지체를 각각 몸에 두셨으니.”


에스라 3장으로 이어지는 내용은 결국 이들의 헌신과 조직 안에서 제단이 다시 세워지고, 성전 재건이 시작되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무엇보다 예배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백성입니다. 돌아온 백성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땅을 일구는 것이 아니라, 제단을 수축하고 예배를 회복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앙 공동체의 본질이며, 오늘날 교회가 무엇보다 먼저 붙들어야 할 사명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귀환은 단지 육신의 귀향이 아니라, 영혼의 귀환, 하나님께로의 복귀였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지키며, 질서 안에서 순종하며, 기쁨으로 예배하며 섬기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시대에 부르심 받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주님께 드릴 수 있는 것, 헌신할 수 있는 것으로 즐거이 예배하고, 공동체를 세우는 자들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집으로 세워져가며,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서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는 칭찬을 듣게 되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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