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2장 55-61절
“솔로몬의 신복 자손은 소대 자손과 하소베렛 자손과 브루다 자손과… 이와 같이 솔로몬의 신복 자손이 모두 삼백구십이 명이요… 그들의 종족과 보계가 이스라엘에 속하였는지를 증거할 수 없는 자도 있었더라…”
에스라서 2장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명단을 아주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장을 처음 읽을 때에는 단순한 인물 목록과 숫자에 불과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안에는 하나님의 구속 역사와 언약 백성의 정체성, 그리고 회복의 공동체를 향한 하나님의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본문을 통해 묵상할 본문은 에스라 2장 55절부터 63절까지, 귀환한 솔로몬의 신복 자손, 그리고 혈통과 족보를 증명할 수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인도했던 스룹바벨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하나님 나라에 속한 백성의 정체성과 구원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먼저 55절부터 58절까지는 “솔로몬의 신복 자손”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들은 소대, 하소베렛, 브루다, 야알라, 다르곤, 깃델, 스바다, 하딜, 보게렛하스다임, 아미 자손 등 총 11가문이었습니다. 그들의 수는 총 392명이었습니다. 본문에선 이들이 '솔로몬의 신복 자손'이라 불리지만, 그 출신 배경은 가나안 원주민, 즉 원래 이스라엘 민족이 아닌 이방 노예 출신으로 보입니다.
열왕기상 9장 20-21절을 보면, 솔로몬이 가나안 땅에 남아 있던 이방 족속들을 노역의 종으로 삼았던 사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아니요 이스라엘 자손에게 남아 있던 아모리 사람과 헷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의 자손들”이라 하였으며, 이들을 노역하는 종으로 삼았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이방 출신 자손들이 오늘 본문에서 포로지에서 돌아오는 무리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은혜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하나님께서 선택하시는 백성은 혈통이나 민족의 구별을 넘어선다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주 앞에 나오는 자는 누구든지 언약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포용과 구원의 보편성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 9장 6절에서 “이스라엘에게서 난 그들이 다 이스라엘이 아니요”라고 하였고, 갈라디아서 3장 7절에서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사람들이 곧 아브라함의 자손”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백성됨은 육적 계보가 아니라 믿음에 근거한 것입니다.
이어서 59절부터 63절까지는 이스라엘에 속한 족보를 증명할 수 없었던 자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들은 일반 백성 중에서도 있었고, 심지어 제사장 가문 가운데서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델라야, 도비야, 느고다 등이며, 제사장 가문에서는 하바야, 학고스, 바르실래 등의 자손이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족보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고, 그 결과 제사장의 직분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큰 문제였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은 철저하게 족보와 혈통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제사장직은 아론의 자손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으며, 레위인과 일반 백성은 그 경계를 넘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제사장 가문이라 주장했지만, 그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봉사를 금지당하고 제사장 음식인 성물도 먹을 수 없도록 제한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참된 제사장은 단지 족보나 계보로 된 자가 아닙니다. 시편 24편은 말합니다.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가 누구며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구인가? 손이 깨끗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뜻을 허탄한 데 두지 아니하며 거짓 맹세하지 아니하는 자로다.” (시 24:3-4) 또한 베드로전서 2장 9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그렇습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혈통이 아닌 믿음과 삶의 태도를 통해 우리를 받으신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이방 노예 출신인 솔로몬의 신복 자손도 믿음으로 귀환의 공동체에 포함되었고, 반면 족보를 증명하지 못한 제사장 자손들은 당분간 직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도 단순히 이름만 그리스도인, 직분만 있는 신앙이 아니라, 삶으로 하나님 앞에 증명되는 믿음을 살아가야 함을 말씀해주시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63절에서 “방백이 그들에게 말하기를 우림과 둠밈을 가진 제사장이 일어나기 전에는 성물을 먹지 말라 하였느니라”고 기록합니다. 여기서 ‘방백’은 바벨론에서 귀환한 공동체의 지도자, 곧 스룹바벨을 가리킵니다. 그는 유다의 총독으로서 다윗의 혈통을 이은 자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오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마 1:12-13). 그는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을 따라 공동체를 신앙 안에서 바르게 이끄는 자였습니다.
오늘날 교회도 이와 같은 믿음의 지도자와 공동체의 영적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겉모습이 아닌 중심을 보고, 이름이 아니라 신앙을 보고, 외형이 아닌 하나님 앞에 참되게 설 수 있는 자를 세우고 인정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우리의 능력이나 자격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겸손히 하나님 앞에 서며, 믿음으로 부름 받은 자답게, 그분의 나라를 위하여 충성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 땅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성전 회복의 사명을 감당하며, 혈통을 자랑하는 자가 아니라 믿음을 따라 살아가는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