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2장 36절
“ 제사장들은 예수아의 집 여다야 자손이 구
백 칠십 삼 명이요”
에스라서 2장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들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장입니다. 귀환자들의 수는 무려 42,360명에 달하였으며(2:64), 그 안에는 제사장, 레위인, 노래하는 자, 느디님 사람들까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36절부터 39절까지는 귀환한 제사장들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하나님께서 성전 재건과 예배 회복을 위해 특별히 사용하신 자들이었습니다.
그중 38절에는 “바스훌 자손이 천이백사십칠 명이요” 라고 짧게 기록되어 있지만, 이 단순한 숫자 뒤에는 놀라운 하나님의 긍휼과 회복의 은혜가 담겨 있습니다. 바스훌(Pashhur)은 단지 제사장 가문의 이름만이 아니라, 과거 예레미야 선지자를 핍박했던 제사장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예레미야 20장 1-2절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제사장 임멜의 아들 바스훌은 여호와의 성전의 총감독이라… 바스훌이 예레미야를 때리고…”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를 핍박한 자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놀라운 반전을 목격합니다. 예레미야를 때리고 조롱하던 바스훌 개인은 타락했지만, 그 자손들은 회개와 믿음의 걸음을 걸어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무리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도 제사장 가문으로서 무려 1,247명이나 되는 많은 이들이 귀환의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하나님은 회개한 자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위로와 도전이 됩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 가운데 태어났으며, 누구도 하나님의 은혜 앞에 떳떳할 수 없습니다. 로마서 3장 10절은 말합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과거에 어떤 죄에 있었는가보다, 지금 그 앞에 어떻게 서는가를 더 중요하게 보시는 분이십니다. 바스훌 가문은 과거의 실패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후손들이 하나님 앞에 서고자 하는 회복의 길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가능해진 회복의 역사입니다. 에베소서 2장 13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 바벨론에서 돌아온 바스훌 자손들처럼, 우리도 죄의 포로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해방되어 돌아온 자들입니다.
에스라 2장 36절부터 39절까지를 보면, 사독 자손(973명), 임멜 자손(1,052명), 바스훌 자손(1,247명), 하림 자손(1,017명)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 네 가문에서 총 4,289명의 제사장이 귀환하였습니다. 이 숫자는 당시 전체 귀환자 42,360명 중 약 10명당 한 명 꼴로 제사장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단지 수적 비율의 문제가 아니라, 이 귀환 공동체가 얼마나 신앙과 예배 중심의 공동체였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는 오늘날의 교회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베드로전서 2장 5절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너희도 산 돌 같이 신령한 집으로 세워지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기뻐하실 영적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 그렇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직분상 제사장이 아니라 할지라도, 모든 성도가 영적인 제사장으로 부름 받은 존재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 앞에 중보하며, 이 땅에서 하나님의 거룩을 나타내는 자로 살아가야 할 부르심을 받은 자들입니다.
귀환한 제사장들 중 가장 많은 수가 바스훌 자손이었다는 점도 깊이 묵상할 대목입니다. 한때 예언자를 때렸던 가문에서 가장 많은 자손이 돌아왔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가장 깊은 곳에도 임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혹시 우리 가정에도, 우리 공동체에도 바스훌 같은 과거가 있지는 않습니까? 그러나 낙심하지 마십시오. 회개하고 돌아오면 하나님은 얼마든지 그 가문을 회복의 통로로 사용하십니다.
오늘의 교회도 그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과거를 묻지 않으시고 새 일을 행하시듯, 우리도 서로를 긍휼히 여기고 회복의 여정을 함께 걸어야 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연약하고 부족해 보일지라도, 오늘 다시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면, 하나님은 제사장처럼 쓰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공로를 자랑하지 말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자랑해야 합니다. 고린도전서 1장 31절은 말씀합니다.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할지니라.” 우리의 자랑은 혈통도, 과거의 명예도, 세상의 지위도 아닙니다. 오직 은혜로 회복된 우리의 자리,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그 자리 자체가 자랑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기억하시고, 바스훌 자손처럼 하나님의 성전을 향해 다시 돌아온 자로서, 믿음으로 우리의 사명을 감당하고, 예배와 말씀의 자리에서 늘 깨어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하는 참된 영적 제사장이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