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2장 2절
“그들과 함께 나온 자는 스룹바벨과 예수아와 느헤미야와 스라야와 르엘라야와 모르드개와 빌산과 미스발과 비그왜와 르훔과 바아나이니 이스라엘 백성의 명수가 이러하니라.”
본문을 통해 하나님의 회복의 역사, 그 첫걸음을 내디딘 자들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바벨론 포로에서 해방되어 예루살렘과 유다 땅으로 돌아간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야기는 단지 역사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이며,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적용되는 회복과 구원의 메시지입니다. 특별히 2장 2절은 이 귀환을 이끈 열두 명의 지도자들을 언급함으로써, 이들의 역할과 영적 의미를 깊이 새기게 합니다.
에스라는 이 귀환자들의 지도자를 열거하며 “스룹바벨과 예수아와 느헤미야와 스라야와 르엘라야와 모르드개와 빌산과 미스발과 비그왜와 르훔과 바아나”라고 기록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행정 지도자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무너진 성전을 다시 세우고, 흩어진 백성을 다시 모으며,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를 다시 회복시키는 영적 지도자들이었습니다.
이 명단은 단순히 열한 명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느헤미야 7장 7절에 의하면 나하마니라는 인물이 더해져 총 열두 명이 됩니다. 이는 우연이 아닙니다. 이 열두 명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상징하며, 이 귀환 공동체가 단지 남유다 백성만의 귀환이 아니라, 회복된 이스라엘 전체를 상징하는 새로운 언약 공동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에스라는 이 귀환 백성들을 '유다 백성'이라 하지 않고 **'이스라엘 백성'**이라 부른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단지 육적인 후손만이 아니라, 믿음의 공동체로서의 이스라엘을 다시 세우시겠다는 뜻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학적 메시지입니다.
먼저 우리가 주목할 인물은 스룹바벨입니다. 그의 이름은 ‘바벨론에서 태어난 자’ 또는 ‘바벨론에 속한 자’라는 뜻을 가졌지만, 그는 육신으로는 바벨론에 태어났지만, 영적으로는 다윗 왕가의 후손이요,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으로 이어지는 인물이었습니다(대상 3:19; 마 1:12-13; 눅 3:27). 그는 성전을 재건하는 데 앞장섰고, 학개서 2장 23절에서는 “내 종 스룹바벨아 내가 너를 세워 도장처럼 삼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특별한 약속이 주어졌습니다. 그는 단지 행정적인 총독이 아니라, 메시아적 회복의 그림자였습니다.
함께 언급된 예수아는 대제사장의 계보에 속한 자로서, 요사닥의 아들이며 스라야 대제사장의 손자였습니다. ‘예수아’는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는 뜻으로, 여호수아와 같은 이름입니다. 그는 귀환 이후 첫 번째 대제사장으로 성전 제사를 회복하는 일에 크게 기여하였고, 스룹바벨과 함께 하나님의 성전을 재건하는 중심 인물이었습니다(스 3:2; 학 1:1). 제사장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예배의 회복, 곧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시작되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그 외의 인물들, 느헤미야, 스라야, 르엘라야, 모르드개, 빌산, 미스발, 비그왜, 르훔, 바아나 등은 대부분 족장 계열이나 귀환 공동체의 리더들로 보입니다. 다만, 여기 등장하는 느헤미야는 후에 총독으로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한 하가랴의 아들 느헤미야와는 다른 인물입니다(느 1:1). 모르드개 역시 에스더서에 나오는 모르드개와는 동명이인입니다. 일부 이름은 바사식 이름들인데, 이는 바벨론에서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귀환자들이 이미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페르시아와 융합된 흔적이기도 하며, 그런 가운데서도 신앙의 정체성은 지켰다는 점이 오히려 중요한 메시지가 됩니다.
성경은 이들의 이름과 더불어, 백성들을 가문과 거주 지역을 중심으로 계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시 신분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사마리아인이나 이방인들과 구별하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동시에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서의 계보를 유지하기 위한 기록이었습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의 정체성 회복과도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오늘날도 우리는 이 땅에 살지만 하늘의 시민권을 지닌 자들이며(빌 3:20),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구별되어 살아가야 할 부르심을 받은 존재들입니다.
이 귀환은 한 개인의 회복을 넘어서, 하나님의 백성 전체의 회복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공동체를 세우시는 분이십니다. 개인을 구원하셔서 다시 부르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 즉 언약 공동체를 세우시기 원하십니다. 베드로전서 2장 9절에서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그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
스룹바벨과 예수아를 비롯한 이들의 귀환은 단순한 이주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신앙의 회복, 정체성의 회복, 예배의 회복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땅의 교회를 향해서도, 그리고 각 개인 성도를 향해서도 여전히 이 회복의 사명을 부여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비록 세상 속에 바벨론처럼 뒤섞인 삶을 살아간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부르시고, 새롭게 세우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사용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드리는 예배, 오늘 우리가 지키는 믿음의 삶이 바로 그 하나님의 회복 역사에 동참하는 길임을 믿으시고, 우리 역시 오늘의 스룹바벨, 오늘의 예수아가 되어 깨어진 예배를 회복하고, 무너진 교회를 세우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다시 일어서는 귀한 사명자가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