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7장 17절
“이는 보좌 가운데에 계신 어린 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사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라.”
요한계시록 7장은 땅의 고난과 하늘의 영광이 극적으로 대조되는 감격의 장입니다. 성도들이 큰 환난을 통과한 뒤, 하나님의 보좌 앞에 흰 옷을 입고 서게 되었고, 이제 그들이 누리게 될 영원한 복과 기쁨이 마지막 절, 17절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오늘 우리가 깊이 묵상할 이 말씀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가장 따뜻하고도 친밀한 언어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바로 “어린 양이 목자가 되신다”는 말입니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어린 양'이라고 부르며, 그분이 친히 우리 죄를 대신하여 희생되신 구속의 주님이심을 증언합니다. 요한복음 1장 29절에서 세례 요한은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이제 요한계시록 7장 17절에서는 그 어린 양이 단지 희생의 제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영원히 인도하시는 목자가 되신다고 선언합니다.
“보좌 가운데 계신 어린 양이 그들의 목자가 되사…” 이 표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역설입니다. 어린 양이 목자가 된다니요? 양은 인도받는 존재인데, 그 양이 인도하는 자가 된다니 얼마나 놀라운 선언입니까? 하지만 이것이 복음의 핵심이요, 하나님의 경륜의 깊이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고난을 당하심으로 온전한 구속자가 되셨고, 이제 부활하신 그분은 그 누구보다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시며, 우리를 인도하시는 참된 목자가 되신 것입니다. 히브리서 13장 20절은 그분을 이렇게 부릅니다. “양들의 큰 목자이신 우리 주 예수를 영원한 언약의 피로 다시 죽은 자 가운데서 이끌어내신 평강의 하나님이…”
우리가 이 땅에서 살면서 겪는 모든 고통과 어려움, 특별히 큰 환난 속에서도 믿음을 지켰던 자들은, 이제 이 어린 양 목자 되신 주님께 인도받아 생명수의 샘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요한복음 10장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선한 목자로 소개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선한 목자라.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나는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이…”(요 10:11,14)
그분은 우리를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십니다. 여기서 “생명수”란 단지 물질적인 갈증을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깊은 갈급함을 해갈하게 하는 참된 생명을 의미합니다.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 세상의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갈증, 외로움, 상실감, 억울함, 슬픔… 이런 모든 영혼의 갈증이 어린 양 되신 주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완전하게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문의 마지막은 참으로 위로가 되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실 것임이라.” 이 땅에서의 삶은 눈물의 연속이었습니다. 가난과 질병, 배신과 실패, 죽음과 슬픔… 수많은 눈물의 골짜기를 통과해 온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친히 손수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신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요한계시록 21장 4절에서도 다시 한번 반복됩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실제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렇게 하시겠다는 확실한 약속이요, 언약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고통이 끝나는 것은 단지 환경의 변화나 이 세상의 회복 때문이 아닙니다. 고통을 끝내고 눈물을 닦아주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십니다. 인간의 힘이나 제도나 문명이 아니라, 어린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참된 만족과 평안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 바라고 기다려야 할 것은 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주님의 임재입니다. 주님이 계신 곳, 거기에는 생명과 회복과 위로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 수많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나 그 눈물은 헛되지 않습니다. 시편 56편 8절은 “내가 흘린 눈물을 주께서 주의 병에 담으셨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모든 눈물을 기억하시며, 언젠가 그 눈물의 의미를 분명히 밝혀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눈물의 끝은 영광입니다. 고린도전서 15장 52절 이후의 말씀처럼, “순식간에 눈 깜짝할 사이에 나팔 소리에” 우리가 썩을 몸을 입고 있던 자에서 영원히 죽지 아니할 몸으로 변화될 것이며,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라고 외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복은 누구에게 주어집니까? 어린 양의 피에 옷을 씻은 자, 환난을 믿음으로 견디며 그 이름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자, 끝까지 믿음을 지킨 자에게 주어지는 상급입니다. 지금 이 땅에서 우리가 지는 십자가는 결코 낭비가 아니며, 그 십자가의 길 끝에는 생명과 영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목자 되신 주님을 신뢰합시다. 그분은 우리를 아십니다. 우리의 상처를, 외로움을, 눈물을, 다 아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를 생명수 샘으로 인도하시고, 영원히 우리와 함께 거하시며,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눈물이 멈추는 그날까지, 목자의 손을 붙잡고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께서 우리를 위해 먼저 고난의 길을 걸으셨고, 이제는 우리를 위해 생명과 위로의 길을 예비하셨습니다. 이 은혜를 기억하며, 부활의 주와 함께 매일 승리하는 복된 삶이 되시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