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1장 5-6절
“이에 유다와 베냐민 족장들과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 곧 그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을 받은 자들이 모두 일어나 예루살렘에 있는 여호와의 성전을 건축하러 올라가니, 그 사면 사람들이 은 그릇과 금과 물품과 짐승과 보물로 돕고 그 외에도 예물을 기쁘게 드렸더라.” (에스라 1:5-6)
하나님의 역사는 언제나 감동된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본문은 바사 왕 고레스가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라는 조서를 내린 이후,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한 자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뜻은 모든 백성이 순종하고 반응하는 데 있지만, 실제로 그 뜻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을 드리는 자는 언제나 그 마음이 감동된 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야말로 하나님의 구속사 속에서 진정한 동역자요, 하나님의 손에 들린 복된 도구들이었던 것입니다.
고레스의 조서는 온 바사 제국에 공포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이었고, 예언의 성취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유다 백성이 즉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귀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바벨론에서 돌아온 자들의 수는 전체 포로민 가운데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다수가 편안한 이방 땅에 남았고, 오직 유다와 베냐민 족장들과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 즉 그 마음이 하나님께 감동된 자들만이 일어나 예루살렘 성전 건축의 사명에 응답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의 역사에 있어서 감동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깊이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사람의 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준비된 소수의 순종자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엘리야 시대에도 하나님은 자신만 남았다고 호소하는 선지자에게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칠천 명을 남겨 두었다”(왕상 19:18)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시대마다 남은 자, 감동받은 자들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고, 순종하며 일어나는 자들을 통해 교회를 새롭게 하시고, 복음을 확장시키시며, 무너진 곳을 다시 세우십니다.
여기서 “감동”이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닙니다. 히브리어 원어로 보면 ‘일으키다’, ‘깨우다’, ‘각성시키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흔드셨고, 그 안에 하나님의 뜻을 향한 거룩한 열망과 사명을 심어주신 것입니다. 성령의 감동은 사람을 변화시키며, 하나님의 일에 자원하여 자신을 드리게 합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흔드시고, 우리로 하여금 일어나도록 부르십니다.
이 감동된 자들의 모습은 매우 구체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눈물을 흘리고 가슴만 뜨거워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기 위해 길을 떠났고, 자신들의 삶을 들였으며, 헌신을 결단했습니다. 이처럼 참된 감동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감동은 결단을 낳고, 결단은 순종을 낳습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설교 말씀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면, 우리는 반드시 그 감동을 삶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동은 그저 감상으로 끝나버릴 뿐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본문 6절에서 보여주듯이, 감동된 자들만이 하나님의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까지도 함께 동원되었다는 점입니다. “그 사면 사람들이 은 그릇과 금과 물품과 짐승과 보물로 돕고, 그 외에도 예물을 기쁘게 드렸더라.” 이 장면은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나설 때 애굽 사람들이 그들에게 은금과 물품을 내어주던 모습과 매우 유사합니다(출 12:35-36). 하나님은 한 사람의 순종과 헌신을 통해 주위의 사람들까지 감화시키시고, 동역하게 하십니다. 이처럼 감동은 전염됩니다. 헌신은 확산됩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와 성도들의 삶 속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하나님의 일은 반드시 하나님의 때와 방법으로 이루어지며, 그것을 위해 준비된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일으키십니다. 하나님의 때는 고레스 원년이었고, 하나님의 방법은 고레스의 조서를 통해 성전 건축의 길을 여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감동받아 순종하는 백성이었습니다.
시편 37편 7절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리라.” 우리는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때가 찼을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일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가 가진 것으로 헌신하고, 우리의 발로 걸어가야 할 일입니다. 바로 그 감동된 자들을 통해 하나님은 무너진 성전을 다시 세우셨고, 이스라엘의 역사를 회복하셨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하나님은 감동된 자들을 찾고 계십니다. 말씀을 듣고도 움직이지 않는 자들이 많은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 앞에 순종하는 자, 하나님의 뜻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 하나님의 집을 세우기 위해 자신을 드리는 자들이야말로 하나님의 기쁨이요 도구가 될 줄 믿습니다.
고레스의 조서가 내려졌을 때, 그 조서에 단순히 듣고 흘려보낸 자들도 있었지만, 마음에 감동을 받고 일어난 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길을 떠났고, 성전을 재건하는 하나님의 역사에 쓰임받았습니다. 오늘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하는 자로 살아가야 할 때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주저하지 말고, 감동된 마음으로 순종하며,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 나가는 복된 성도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