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5장 13-14절
"내가 또 들으니 하늘 위에와 땅 위에와 땅 아래와 바다 위에와 그 가운데 모든 피조물이 이르되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양에게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권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 하니, 네 생물이 이르되 아멘 하고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하더라."
본문은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찬양의 물결이 이제 모든 만물에게로 확장되는 놀라운 장면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네 생물과 이십사 장로들이, 이어서는 수많은 천사들이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더니, 이제는 온 우주에 있는 모든 피조물들이 보좌에 앉으신 성부 하나님과 어린양 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 찬양을 드립니다. 이것은 찬양의 완성이며, 하나님의 구속사역이 하늘과 땅, 모든 피조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선명히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사도 요한은 환상 중에 하늘 위에, 땅 위에, 땅 아래에, 바다 위에, 그리고 그 가운데 있는 모든 피조물이 소리를 높여 찬양하는 것을 듣습니다. 이는 곧 전체 우주를 포괄하는 표현으로서, 단지 생명 있는 존재들만이 아니라 창조된 모든 만물, 곧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나님과 어린양께 경배드린다는 뜻입니다. 이는 시편 150편이나 시편 148편에서도 강조되듯이, 피조물 전체가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을 그대로 반영한 장면입니다.
이들이 드린 찬양의 내용은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능력을 세세토록 돌릴지어다"였습니다. 이 표현은 앞서 12절에서 천사들이 어린양께 드린 찬양과 유사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12절의 천사들은 일곱 가지를 한꺼번에 찬양하며, 그 모든 단어들이 하나의 관사 아래 묶여 있습니다. 이는 일곱이라는 수가 상징하는 하늘의 완전함을 담고 있으며, 천상의 존재들이 드리는 찬양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본절에서 모든 피조물이 드리는 찬양에서는 네 가지—찬송, 존귀, 영광, 능력—가 각각의 관사를 따로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문법상의 차이가 아니라, 보다 깊은 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피조물이 드리는 이 찬양은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각각의 찬양 요소가 구별되고 독립된 찬미의 대상이 됨을 의미합니다. 이 찬양은 온 우주의 구속과 다스리심에 대한 절대적인 경배의 표현이며, 하나님과 그리스도께서 동등한 영광을 받으셔야 할 분임을 밝히는 고백입니다.
이처럼 ‘보좌에 앉으신 이와 어린양’께 동시에 찬양이 드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이 동일한 본질을 가지시고 동등한 권위와 존귀를 받으시기에 합당한 분이라는 진리를 드러냅니다. 요한복음 10장 30절에서 예수님께서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 하신 말씀이 바로 여기에서 완전히 구현되고 있습니다.
또한 천사들의 찬양이 하늘의 영적 존재들에 의한 예배라면, 본절의 찬양은 지상의 모든 피조물, 곧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창조주 하나님과 구속주 예수 그리스도께 올리는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예배입니다. 이로써 하나님을 찬양하는 예배는 하늘과 땅을 관통하며 모든 시대와 존재를 아우르는 전인류적 고백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찬양에 대해 네 생물은 “아멘”으로 화답하고, 이십사 장로들은 엎드려 경배합니다. 이는 찬양의 완성과 같은 장면이며, 예배의 정점입니다. 찬양은 단지 입술로만 하는 행위가 아니라, 전 존재를 드리는 경배로 이어져야 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미래의 천상 예배에 관한 계시가 아닙니다. 지금 이 시간, 우리가 드리는 예배가 하늘의 예배와 연합되고 있으며, 그 예배의 중심에는 죽임을 당하신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아 역사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드리는 모든 찬양과 기도가 결코 헛되지 않으며, 하늘의 찬양과 하나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고 있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핍박과 환난 속에서도 찬양의 입술을 멈추지 마십시오. 십자가에서 죽으셨으나 부활하시고, 지금도 보좌에 앉아 우주를 다스리시는 그리스도께 모든 찬송과 존귀와 영광과 능력을 돌리며, 우리가 마땅히 드려야 할 예배를 온 마음과 정성으로 올려 드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