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5장 6-7절
"내가 또 보니 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사이에 어린양이 서 있는데 일찍이 죽임을 당한 것 같더라 그에게 일곱 뿔과 일곱 눈이 있으니 이 눈들은 온 땅에 보내심을 입은 하나님의 일곱 영이더라. 그 어린양이 나아가서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서 책을 취하시니라."
우리가 묵상할 이 말씀은 요한계시록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며, 성경 전체가 말하고자 하는 구속의 중심,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보여주는 거룩한 계시입니다. 사도 요한은 이 말씀 가운데서 하늘 보좌의 환상 속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 누구이신지를 바로 아는 것, 그것이 우리 신앙의 기초이며, 그리스도께서 하신 사역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바꾸는 능력이 되는 줄 믿습니다.
사도 요한이 목격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다름 아닌 ‘죽임을 당한 어린양’이었습니다. 여기서 ‘어린양’은 단순한 동물의 상징이 아니라, 출애굽기에서 유월절에 희생된 어린양을 예표로 하여, 인류의 죄를 대속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임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깊은 상징입니다. 이사야 53장에서 말씀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의 이미지와도 연결되며, 요한복음 1장 29절에서 세례 요한이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라고 외쳤던 그 진리와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 어린양은 단지 죽임을 당한 존재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어린양은 살아 계셨고, 보좌와 네 생물과 장로들 사이에 우뚝 서 계셨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으셨으나 부활하셔서 지금도 살아 계시며, 하나님의 보좌 앞에서 우리를 위하여 중보하고 계심을 상징합니다. 로마서 8장 34절과 히브리서 7장 25절은 우리 주님께서 지금도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는 분이심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어린양에게는 ‘일곱 뿔’과 ‘일곱 눈’이 있었습니다. 일곱 뿔은 절대적 권세와 능력을 상징합니다. 뿔은 성경에서 권세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며(신명기 33장 17절 참조), ‘일곱’이라는 수는 완전함을 의미하므로, 그리스도께서 모든 권세를 가지신 전능하신 주이심을 나타냅니다. 또한 ‘일곱 눈’은 하나님의 일곱 영, 곧 온 세상에 보내심을 입은 성령을 상징합니다. 이는 요한계시록 1장 4절과 3장 1절에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성령 하나님께서 온 땅을 감찰하시며 모든 것을 아시고, 주의 뜻을 행하시는 분이심을 말합니다.
이와 같은 계시를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과 하나 되신 분이시며,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속 사역 가운데 중심이 되신다는 놀라운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혜사 성령은 우리의 마음 가운데 내주하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연합시키며, 우리로 하여금 죄를 이기고 이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요 14:26; 15:26; 16:7-15 참조).
그리고 요한은 또 하나의 놀라운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 어린양이 나아가서 보좌에 앉으신 이, 곧 하나님 아버지의 오른손에 있는 두루마리를 취하시는 모습입니다. 이 장면은 단지 책을 받는 장면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진리의 주로서 하나님의 비밀을 계시하시고, 모든 인류에게 구원의 길을 여시는 분이심을 나타냅니다. 예수님은 신명기 18장에서 예언된 모세와 같은 선지자이시며, 요한복음 12장 49절에서처럼 아버지께 들은 말씀만을 전하시는 계시자이십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양이 하나님의 두루마리를 취하셨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며, 이 세상의 모든 통치자 위에 군림하시는 통치자이심을 선포하는 장면입니다. 이 땅의 구원과 심판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두루마리를 펼치심으로 시작되며, 역사의 끝은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실 때 완성됩니다. 이사야 9장 6-7절과 스가랴 9장 10절은 그분이 영원한 통치자이심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전할 때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특별히 설교자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은 언제나 그리스도의 영이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을 듣고, 그 뜻을 온전히 분별하려는 간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무엘상 3장 10절에서 어린 사무엘이 “말씀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라고 응답했던 것처럼, 우리는 먼저 들으려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합니다.
둘째는, 이 세상의 역사는 반드시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마지막 날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게 될 것이란 사실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모신 성도들은 영원한 생명과 구원을 받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자들은 심판과 멸망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날마다 깨어 있어 주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며, 헛된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영원한 것을 바라보며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죽임당한 어린양을 통해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분은 지금도 우리를 위하여 간구하시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 역사의 주권자이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높이며, 그분께 우리의 삶을 드리고, 날마다 그분 안에 거하는 믿음의 삶을 살아가시를 주님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