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5장 4-5절

"그 두루마리를 펴거나 보거나 하기에 합당한 자가 보이지 아니하므로 내가 크게 울었더니, 장로 중 하나가 내게 말하되 울지 말라 유대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가 이기었으니 그 두루마리와 그 일곱 인을 떼시리라 하더라."


사도 요한은 하늘 보좌의 환상 중에 하나님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일곱 인으로 봉인된 두루마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힘 있는 천사가 큰 음성으로 “누가 그 책을 펴며 그 인을 떼기에 합당하냐”고 온 우주를 향해 외쳤지만, 하늘 위에도, 땅 위에도, 땅 아래에도 능히 그 책을 펴거나 볼 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 장면을 목격한 요한은 크게 울기 시작합니다.


요한이 그렇게 큰 소리로 울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로, 그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계시의 완성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한은 이미 계시록 4장 1절에서 “이후에 마땅히 될 일”을 보여주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지만, 아무도 두루마리를 펼 수 없다는 상황은 그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기에 그는 절망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슬픔의 이유는 바로 두 번째에 있었습니다. 만약 그 두루마리가 열리지 않는다면, 곧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악인에게 시행되지 못하고, 하나님의 구원이 의인들에게 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며, 하나님의 구속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요한의 울음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성취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깊은 탄식이었습니다.


그의 탄식은, 사실 모든 성도들이 품어야 할 간절한 마음입니다. 우리는 이 땅의 고통과 불의, 그리고 타락한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가 온전히 임하기를 바라고, 그리스도의 재림을 사모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만일 우리가 이 땅에 너무 안주하고, 주님의 다시 오심에 대한 갈망이 없다면, 이 세상의 고난을 넉넉히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 19절에서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이 세상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니라”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한 장로가 요한에게 다가와 위로하며 말합니다. “울지 말라. 유대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가 이기었으니, 그 책과 그 일곱 인을 떼시리라.” 여기서 우리는 오직 한 분만이 그 책을 열 수 있으며,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성취하실 수 있다는 놀라운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 ‘유대 지파의 사자’로 언급된 것은 창세기 49장에서 야곱이 유다 지파를 향해 예언했던 말씀을 반영하는 것으로, 유다를 사자 새끼라 칭했던 그 예언은 궁극적으로 그리스도께서 사자와 같이 권세 있게 오실 메시아이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한 그분은 ‘다윗의 뿌리’라 불리셨는데, 이는 단순히 다윗의 자손이라는 뜻이 아니라, 다윗 이전부터 계셨고 다윗의 존재를 가능케 하신 하나님 자신이심을 의미합니다. 다윗의 후손으로 오셨지만, 동시에 다윗을 창조하신 근원이 되시는 분, 곧 참 하나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말씀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두루마리의 인을 떼기에 합당하신 이유는 그분이 단지 권세와 능력을 가지신 분이시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분은 하나님의 독생자로서 이 땅에 오셔서, 죄인을 구원하시기 위해 고난받으셨고, 죄 없으신 분으로서 모든 인류의 죄를 대신 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으며, 사흘 만에 부활하셔서 사망과 악의 권세를 이기셨기 때문입니다. 이 승리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위하여 여전히 유효하고, 능력 있는 승리입니다.


그래서 계시록 5장 5절에 나오는 “이기었으니”라는 표현은 단지 싸움의 결과가 아닌,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의 완성을 선언하는 승리의 외침입니다. 골로새서 2장 14절과 15절은 주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사단의 권세를 무력화하셨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므로 그분만이 하나님의 두루마리를 열 자격이 있으시며, 하나님의 뜻을 완성하실 분이심을 우리는 믿음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이 세상은 점점 더 악해지고, 우리는 수많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역사와 시간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승리하셨고, 지금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계시며, 마침내는 온 우주의 심판과 구원을 온전히 성취하실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힘과 능력이 아니라, 모든 권세와 승리를 가지신 예수 그리스도만을 의지하고, 그 안에 거하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서 당하는 모든 영적 전투 가운데,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싸우시며, 반드시 이기게 하실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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