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계시록 3장 10–11절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은즉 내가 또한 너를 지켜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리니 이는 장차 온 세상에 임하여 땅에 거하는 자들을 시험할 때라 내가 속히 임하리니 네가 가진 것을 굳게 잡아 아무도 네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
빌라델비아 교회는 외적으로 크거나 영향력 있는 교회는 아니었으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교회를 향해 전적인 칭찬과 격려의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작지만 신실한 믿음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본문은 이 교회에 주어지는 하나님의 보호와 경고, 그리고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성도들에게 주시는 권면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먼저 예수님은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은즉”이라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의 인내의 말씀’은 단지 이론적 가르침이나 외적인 율법의 순종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바로 주님의 생애 자체이며, 죄와 악에 대해 참고 견디며 끝까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 삶의 본질을 뜻합니다. “그리스도께서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2:21)
주님은 죄 없는 분이셨지만, 세상의 거절과 고통을 참아내셨고, 마지막까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인내의 말씀’을 지킨다는 것은, 고난 중에도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유혹 속에서도 진리를 타협하지 않으며, 끝까지 예수님의 걸음을 따르는 신실함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지키기 위한 영적 전투입니다.
예수님은 그 믿음을 지킨 자들에게 놀라운 약속을 하십니다. “내가 또한 너를 지켜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리니.” 여기서 말하는 ‘시험의 때’는 일상적인 유혹이나 시련을 넘어, 종말에 임할 하나님의 심판과 대환난을 가리킵니다. “그 때에 네 백성 중 무릇 책에 기록된 모든 자가 구원을 받을 것이라” (다니엘 12:1) “여호와의 크고 두려운 날이 이르기 전에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피 같이 변하려니와” (요엘 2:31)
이 환난은 온 세상에 임하며, 특별히 “땅에 거하는 자들”, 곧 하나님의 나라와는 무관한 자들, 세상에 소망을 두고 사는 자들에게 임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믿음으로 인내하며 살아가는 자들, ‘하늘 시민권을 가진 자들’에 대해서는 그 시험을 피하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가 너를 그의 날개로 덮으시리니 네가 그의 날개 아래 피하리로다” (시편 91:4)
이 약속은 환난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보호하심 아래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치 애굽의 장자의 죽음에서 어린양의 피로 인해 문밖에 재앙이 임하지 않았던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을 힘입은 성도들은 시험의 때에도 보호하심을 입을 것입니다.
이어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속히 임하리니.” 예수님의 재림은 더디거나 불확실한 약속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해진 시간에 반드시 이루어질 약속이며, 주님은 그것을 ‘속히’, 곧 지체 없이 오시겠다고 하십니다. “조금 있으면 오실 이가 오시리니 지체하지 아니하시리라” (히브리서 10:37)
여기서 ‘속히’라는 말은 단지 시간적으로 빨리 오는 것이 아니라, 예비된 그 때에 반드시 도래한다는 결정적 선언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늘 깨어 있어야 하며, 마음과 신앙의 등불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어느 날에 너희 주가 임할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니라” (마태복음 24:42)
주님은 또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가진 것을 굳게 잡아 아무도 네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 여기서 ‘가진 것’이란 단순한 교리나 신분이 아니라, 지금까지 믿음으로 살아온 신실한 신앙의 열매, 예수님의 이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지켜낸 그 믿음, 말씀에 대한 순종, 인내의 삶을 의미합니다.
그 믿음을 지키는 자에게 주어질 상급은 면류관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정을 상징하는 영광의 표식입니다.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디모데후서 4:7-8)
그러나 이 면류관은 결코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굳게 잡아야’ 하며, 세상의 유혹, 사단의 미혹, 삶의 권태로움 속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야 합니다. 마치 마라톤의 마지막 100미터를 남겨두고 지친 자에게, “이제 마지막 힘을 내어 달리라”고 외치는 주님의 음성이 바로 이 말씀입니다.
우리는 작은 능력 안에서 충성을 다하며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고난이 많고, 세상의 흐름이 무겁게 짓눌러올 때도 있지만, 주님은 우리를 기억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줄을 알게 하리라.” 그리고 오늘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지키리라.”
주님의 재림은 약속이며, 우리의 믿음은 그날을 준비하는 삶입니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십시오. 받은 은혜를 잊지 마십시오. 이미 주어진 믿음을 굳게 붙드시고, 어떤 유혹도 그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도록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자에게 주어질 주님의 칭찬과 면류관을 소망하며, 오늘도 주님의 인내의 말씀을 따라 걸어가는 복된 삶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