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장 17절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감추었던 만나를 주고 또 흰 돌을 줄 터인데 그 돌 위에 새 이름을 기록한 것이 있나니 받는 자 밖에는 그 이름을 알 사람이 없느니라”
요한계시록 2장 17절의 말씀은 버가모 교회를 향한 주님의 음성 중 마지막 약속의 말씀입니다. 앞서 주님은 버가모 교회 가운데 있는 영적 타협과 세속적 부패에 대해 책망하셨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킨 자들에게는 크신 상급과 은혜가 예비되어 있음을 밝히셨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 ‘이기는 자’, 곧 신앙의 순결을 지키고 주님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인내한 성도들에게 주어지는 하늘의 복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먼저,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이 말씀은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에게 반복되는 동일한 구절로, 성령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라는 초청이며 동시에 명령입니다. 귀는 육신의 기관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귀는 영적인 감각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성령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믿음으로 반응할 수 있는 영혼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단지 과거 버가모 교회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그리고 주님은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감추었던 만나를 주고…” 여기서 말하는 ‘감추었던 만나’는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공급받은 생명의 양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만나란 히브리어로 “이것이 무엇이냐?”라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듯, 하늘에서 내려온 신비로운 음식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만나를 통해 그분이 친히 공급자이시며, 백성들의 삶을 인도하시는 분이심을 날마다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출애굽기 16장 33절에서는 그 만나를 항아리에 담아 언약궤 안에 보관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은혜를 대대로 기억하게 하려는 상징적인 행위였습니다. 유대 전통에는, 예레미야가 바벨론 포로 직전에 그 만나를 감추어 두었고, 메시야가 다시 올 때 그 만나가 하늘로부터 내려질 것이라는 묵시적 신앙도 전해 내려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기는 자에게 주시겠다고 한 ‘감추었던 만나’는 단지 과거의 회상이 아닌, 장차 천국에서 참여할 생명의 잔치요, 신령한 하늘의 양식을 뜻합니다. 요한복음 6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요한복음 6:51)
이 만나, 곧 예수 그리스도 자신은 믿는 자에게 영원한 생명과 위로를 주시는 하늘의 생명의 양식이 되십니다. 그러므로 감추었던 만나를 받는다는 것은, 세상에서의 고난과 유혹 가운데서도 믿음을 지킨 자들에게 주님께서 친히 자신을 양식으로 주시며, 그들을 하나님의 생명으로 채우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다음으로, 주님은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또 흰 돌을 줄 터인데 그 돌 위에 새 이름을 기록한 것이 있나니 받는 자 밖에는 그 이름을 알 사람이 없느니라”
‘흰 돌’은 고대 문화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법정에서 판결할 때 무죄를 뜻하는 흰 돌과 유죄를 뜻하는 검은 돌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경기의 승리자에게는 흰 돌을 상으로 주기도 하였으며, 잔치나 축제에 초대받은 자들에게는 이름이 새겨진 돌을 통해 초청장을 주는 관습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흰 돌은, 이기는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인정과 구원의 확증, 그리고 하늘 잔치에 참여하게 될 영광의 상징입니다. 요한계시록 3장 5절에서도 주님은 이기는 자에게 흰 옷을 입게 하신다고 말씀하셨고, 이는 정결함과 승리의 표시였습니다.
그 돌 위에는 ‘새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새 이름은 매우 깊은 영적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그 사람에게 주시는 새 정체성과도 같은 것입니다.
“너는 또 여호와의 입으로 정하실 새 이름으로 일컬음이 될 것이며”(이사야 62:2)
“그에게는 내가… 새 이름을 주리니”(창세기 17:5)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아브라함이라는 새 이름을,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주셨듯, 믿음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과 사명에 걸맞은 새 이름을 허락하셨습니다. 이는 구속받은 자로서의 새로운 정체성과 사명을 부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여기서 더 놀라운 점은, 이 이름은 “받는 자 외에는 알 사람이 없다”고 하신 대목입니다. 곧, 하나님과 나 사이의 아주 깊고도 친밀한 교제 속에서만 깨달을 수 있는 고유한 은혜요 사랑의 언약이라는 뜻입니다. 세상은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오직 주님을 따르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의 선물입니다.
이 귀한 약속은 누구에게 주어집니까? 바로 **“이기는 자에게”**입니다. 이는 모든 이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의 길에서 끝까지 믿음을 지키고, 세상의 유혹과 핍박 가운데서도 주님을 놓치지 않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하늘의 상급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버가모 교회와 같이 여러 유혹과 타협의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질과 명예, 쾌락과 편안함이라는 세상의 달콤한 유혹은 끊임없이 우리를 유린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시험 가운데에서도 우리가 주님의 이름을 굳게 붙들고, 그분만을 섬기며 걸어갈 때, 주님은 우리에게 생명의 만나를 주시고, 흰 돌 위에 새 이름을 새겨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므로 귀 있는 자는 들으시기 바랍니다. 성령께서 지금도 교회에 말씀하고 계십니다.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자에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은혜와 상급이 예비되어 있습니다. 오늘도 그 은혜를 소망하며, 우리가 이기는 자로서 서게 되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