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있는 자는 성령이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을지어다
이기는 그에게는 내가 감추었던 만나를 주고
또 흰 돌을 줄 터인데
그 돌 위에 새 이름을 기록한 것이 있나니
받는 자 밖에는 그 이름을 알 사람이 없느니라”
(요한계시록 2:17)
본문은 버가모 교회 가운데서도 끝까지 신앙의 절개를 지키며 이긴 자들에게 주시는 주님의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주님은 그들에게 “감추었던 만나”와 “흰 돌”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이 두 가지 상징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하늘의 깊은 은혜와 영광의 상급을 나타내는 귀한 약속입니다.
먼저 “감추었던 만나”는 모세 시대에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려주신 생명의 양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모세가 이르되 이것을 간수하라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대대로 만나를 보관하라고 명령하셨느니라”
(출애굽기 16:33)
“만나 곧 하늘에서 그들에게 먹을 양식을 내리셨나이다”
(시편 78:24)
히브리서 9장 4절에도 언급되듯, 이 만나 일부는 언약궤 안에 감추어져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혜와 신실하심을 대대로 기억하게 했습니다. 또한 유대 묵시문학 전통에서는, 바벨론의 침공 때 예레미야가 감추었던 만나는 메시야가 오시는 날 다시 하늘로부터 내려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참조: 바룩서, 마카비하, 시빌의 신탁서 등)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감추었던 만나”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상징이 아니라, 장차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어 믿음을 지킨 성도들에게 베푸실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가리킵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요한복음 6:51)
이처럼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지킨 이들에게는, 오직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생명의 양식과 천상의 연회가 약속되어 있습니다.
둘째로 주님은 “흰 돌”을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이 ‘흰 돌’은 당시 문화 속에서 여러 의미를 지녔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투표를 할 때 흰 돌은 ‘무죄’나 ‘찬성’을, 검은 돌은 ‘유죄’나 ‘반대’를 상징하였습니다. 또한 연회에 초대받은 자에게는 이름이 새겨진 돌을 주었고, 승리자에게도 돌을 부적으로 주거나 상징적으로 부여하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성경에서도 흰색은 거룩함과 순결, 승리를 상징합니다.
“흰 옷을 입을 것이요”
(요한계시록 3:5)
“보라 흰 말이 있고… 그가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하더라”
(요한계시록 6:2)
따라서 이 흰 돌은 신앙의 순결과 그리스도의 인정을 받은 승리의 표이며, 동시에 그리스도의 잔치에 참여하게 될 영광스러운 초청장의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돌 위에는 ‘받는 자밖에는 알 사람이 없는 새 이름’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이 ‘새 이름’에 대해서는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째, 이것은 장차 만왕의 왕으로 오실 그리스도 자신의 이름일 수 있습니다.
“나의 하나님과 하나님의 성 곧 하늘에서 내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오는 새 예루살렘의 이름과
나의 새 이름을 그 이마에 기록하리라”
(요한계시록 3:12)
둘째, 그것은 구속받은 성도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새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너는 또 여호와의 입으로 정하실 새 이름으로 일컬음이 될 것이며”
(이사야 62:2)
“그에게는 내가… 새 이름을 주리니”
(창세기 17:5)
즉, 이 이름은 하나님께서 직접 부르시는 새 정체성, 새 사명, 새 영광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이는 세상이 결코 알 수 없는, 오직 하나님과 그 사람만이 아는 깊은 사랑의 언약이며, 영광스러운 인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느니라”
(에베소서 1:13)
“하나님이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을 위하여 예비하신 모든 것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귀로도 듣지 못하고 사람의 마음으로도 생각지 못하였도다”
(고린도전서 2:9)
세상의 유혹 앞에서 타협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자에게 주님은 놀라운 약속을 주십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생명의 만나, 주님의 은혜를 입은 자만이 받는 흰 돌, 그리고 오직 본인만이 아는 새 이름—이 모든 것이 주님의 신실한 백성에게 예비된 복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버가모 교회처럼 혼란과 타협의 유혹 가운데 있지만, 끝까지 주님만을 따르는 자에게는 이 복이 동일하게 주어질 줄로 믿습니다. 귀 있는 자마다 성령께서 교회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듣고, 이기는 자로 설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