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2장 16절
“그러므로 회개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속히 가서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
본문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매우 엄중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요한계시록 2장 16절은 버가모 교회를 향한 주님의 권면과 경고의 말씀입니다. 앞서 주님은 버가모 교회의 믿음을 인정하시며, 충성된 증인 안디바의 순교를 언급하시며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 가운데 있는 이단 사상, 곧 발람의 교훈과 니골라당의 교훈을 그대로 방치한 것에 대해 엄하게 책망하십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마주한 본문은, 그러한 상태에서 돌이키지 않으면 주님께서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겠다”고 하시는, 매우 강력한 심판의 선언입니다. “회개하라”는 이 말씀은, 심판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긍휼의 메시지이며, 동시에 교회가 영적으로 타협과 부패를 얼마나 심각히 여겨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의 외침입니다.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내 입의 검”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상징이 아닙니다. 이는 주님의 말씀 그 자체의 능력을 가리키는 것이며, 살아 있고 활동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얼마나 날카롭고 정확하게 심판하시는지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히브리서 4장 12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이 검은 단지 외적인 행동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시며, 우리 내면의 동기와 의도, 심지어 감추어진 욕망까지도 드러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에베소서 6장 17절에서도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고 명하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이 검 앞에 겸손히 무릎 꿇고 회개하지 않으면, 그 검이 우리를 치는 심판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요한계시록 1장 16절에서도 예수님의 입에서 좌우에 날선 검이 나오더라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주님의 심판이 언어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능력과 행위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데살로니가후서 2장 8절에서도 말합니다.
“주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의 기운으로 저를 죽이시고 강림하여 나타나심으로 패하시리라”
이처럼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은 살리는 생명의 말씀인 동시에, 죄를 심판하시는 공의의 검이기도 합니다. 이 말씀은 교회 전체를 향한 경고입니다. 단지 발람의 교훈을 따르거나 니골라당의 가르침에 빠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알고도 방치하고 침묵하는 교회 전체가 주님의 책망 앞에 서야 하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2장 12절은 말씀합니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에 지체가 많으나 한 몸인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에베소서 4장 16절도 덧붙입니다.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곧, 교회는 하나의 유기체이며, 어떤 한 부분의 타락은 곧 전체의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주님의 책망은 이러한 공동체성을 강조하며,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돌아보고 경계할 것을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또한 본문에 나오는 “속히 가서”라는 표현은 주님의 심판이 지체되지 않음을 경고합니다. 우리가 때때로 회개를 미루고, 죄를 가볍게 여기며 시간이 많다고 착각할 때가 있지만, 주님은 회개의 기회를 오래 허락하지 않으시며, 그 기회가 끝나면 심판은 속히 임하게 됩니다.
이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회개하라”는 주님의 음성에 즉시 반응하라는 경고입니다. 회개는 단지 죄에 대한 감정적 반성이 아니라, 죄의 길에서 돌이켜 의의 길로 방향을 바꾸는 삶의 결단입니다. 이는 개인에게도 적용되며, 교회 공동체 전체에게도 해당되는 명령입니다.
이 말씀 앞에 우리 자신을 비추어 봅시다. 혹시 우리 마음 안에 주님을 슬프게 한 죄악이 있지는 않았는지, 혹시 우리 교회 안에 타협이나 방관의 영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주님의 검은 멸망시키기 위한 칼이 아니라, 정결하게 하시고 다시 세우기 위한 수술의 칼입니다. 주님께서 “회개하라”고 하신 것은 여전히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회복시키시려는 사랑의 음성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합니다. 다시 말씀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다시 그 검 앞에 서서 자신을 비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회개해야 합니다. 그때 주님은 우리를 싸우시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싸우시는 분으로 세워주실 것입니다.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나으므로 내 입술이 주를 찬양하리이다” (시편 63:3)
이 고백처럼, 주님의 공의와 자비를 함께 붙들며 거룩함을 지켜가는 교회, 말씀이 살아 움직이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주님의 검이 우리를 심판하는 도구가 아닌, 거룩함을 회복시키는 도구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