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회개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내가 네게 속히 가서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
(요한계시록 2:16)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랑의 주님이시며, 자비와 은혜로 우리를 오래 참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분은 공의의 주님이시며, 교회가 악을 방치할 때, 진리로 심판하시는 분이심을 오늘 본문을 통해 분명히 밝히고 계십니다.
버가모 교회는 앞서 ‘내 충성된 증인 안디바’라는 이름을 들을 정도로 믿음을 지킨 이들이 있었지만, 그들 가운데에는 ‘발람의 교훈’과 ‘니골라당의 교훈’을 따르는 자들도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 대하여 “회개하라”고 명하시며, 회개하지 않을 경우에는 “속히 임하여 내 입의 검으로 그들과 싸우리라”고 경고하십니다.
이 경고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구약의 발람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고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발람이 악한 꾀를 꾀할 때, 그의 길을 막으시며 칼을 든 여호와의 사자를 보내셨습니다.
“나귀가 나를 보고 세 번 돌이켜 내 앞에서 피하였느니라 만일 피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벌써 너를 죽이고 나귀는 살렸으리라”
(민수기 22:33)
그리고 결국 발람은 하나님의 심판으로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그들이 … 발람을 칼로 죽였더라”
(민수기 31:8)
예수님께서 “입의 검”으로 심판하시겠다는 말씀은, 구약에서 칼로 심판하신 하나님의 공의로운 행동을 신약의 언어로 다시 반복하여 경고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입의 검”은 곧 주님의 말씀이며, 그것은 단순한 음성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고 심판하는 능력 그 자체입니다.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
(에베소서 6:17)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판단하나니”
(히브리서 4:12)
주님의 말씀은 영적 분별의 기준이며, 신앙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준입니다. 그 말씀 앞에서는 누구도 숨길 수 없으며, 그 말씀은 위선과 타협을 파헤치고, 죄악을 드러내며, 회개로 이끄는 능력입니다. 또한 그 말씀은 불신과 불순종에 대해 반드시 심판하시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주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의 기운으로 저를 죽이시고”
(데살로니가후서 2:8)
또한 이 경고는 교회 전체를 향한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비록 버가모 교회 전체가 ‘발람의 교훈’을 따르지는 않았더라도, 그 교훈을 따르는 자들을 방치하고 묵인한 책임이 교회 공동체 전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들과 싸우리라.” 곧, 잘못을 범한 자들뿐 아니라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 방관한 이들도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신 것입니다.
교회는 단지 개인 신앙인의 모임이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체이며, 운명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에 지체가 많으나 한 몸인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
(고린도전서 12:12)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
(에베소서 4:16)
그러므로 교회 안에서 누군가가 타협하거나 죄 가운데 빠졌을 때, 다른 지체들이 침묵하고 방관한다면, 그것은 곧 몸 전체의 건강이 무너지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성숙한 교회는 사랑 안에서 바른 권면을 하며, 함께 회개하고 함께 일어서는 공동체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주님의 말씀은 단호하지만 동시에 자비롭습니다. “회개하라”는 이 한마디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주님의 사랑의 음성입니다. 주님의 검이 우리를 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결하게 하시고 바르게 세우려는 목적임을 기억하며, 말씀 앞에 자신을 돌아보고, 교회가 거룩함을 회복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붙들어주는 공동체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