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가모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지신 이가 이르시되 네가 어디에 사는지를 내가 아노니 거기는 사탄의 위가 있는 데라 네가 내 이름을 굳게 잡아서 내 충성된 증인 안디바가 너희 가운데 곧 사탄이 사는 곳에서 죽임을 당할 때에도 나를 믿는 믿음을 저버리지 아니하였도다”(요한계시록 2:12-13)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버가모 교회에 보내신 말씀으로, 이 말씀을 통해 주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그리고 버가모 교회가 어떠한 신앙의 길을 걸었는지를 깊이 묵상하게 됩니다.
먼저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지신 이”라고 계시하십니다. 이 표현은 요한계시록 1장 16절에서 이미 언급된 말씀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으로, 공의와 권세를 지닌 심판자로서의 예수님의 위엄을 보여줍니다. 이 당시 로마의 총독들 중 칼을 소지한 자만이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 버가모 지역의 총독은 그 칼을 소지하고 있었기에, 황제 숭배를 거부하는 기독교인들을 박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주님은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지신 이’로 자신을 계시하심으로써, 세상의 어떤 권력자보다도 높으신 분이시며, 참된 심판의 주관자 되심을 분명히 드러내신 것입니다. 주님의 심판은 날카롭고 정직하며, 공의로우신 그분만이 모든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이어서 13절에서는 예수님께서 버가모 성도들이 “사탄의 위가 있는 데”에 살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단지 상징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버가모가 당시 황제 숭배의 중심지요, 각종 우상 신전들이 밀집한 도시였다는 사실을 가리킵니다. 특히 제우스 신전과 의료의 신으로 숭배되던 아에스쿨라피우스 신전이 있었기에, 일부 학자들은 그곳을 ‘사탄의 위’라고 부른 것이 매우 타당하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버가모는 영적 어둠과 사탄의 세력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악한 환경 속에서도 버가모 교회는 믿음을 지켰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내 이름을 굳게 잡았다”고 칭찬하십니다. 여기서 ‘굳게 잡다’는 표현은 단순히 믿음을 유지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전 인격을 다해, 단 한 치의 틈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붙들었다는 강한 신앙의 고백입니다. 이는 마치 풍랑 속에서 주님의 손을 붙든 베드로처럼(마태복음 14:31), 그 어떤 위험 속에서도 주님만을 의지하는 절대 신뢰를 의미합니다.
이 믿음의 대표적인 예로 주님께서는 안디바라는 인물을 언급하십니다. 그는 ‘내 충성된 증인’이라 불릴 만큼,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인물이었습니다. ‘증인’이라는 말은 헬라어로 ‘마르투스’인데, 이 단어는 단순한 목격자나 증언자를 의미할 뿐 아니라, 실제로 생명을 내어놓는 순교자라는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곧 예수님을 증언하는 삶이란 단순히 말로만 하는 고백이 아니라, 생명까지도 드릴 수 있는 헌신을 포함한 고귀한 부르심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탄의 위가 있는 그 위험한 땅에서 자신을 위해 생명을 다한 이들을 기억하시고, “내 충성된 증인”이라는 가장 영광스러운 이름으로 불러주십니다. 이는 단지 안디바에게만 해당되는 말씀이 아니라, 오늘도 어떤 시대와 환경 속에서도 믿음을 굳게 붙들고 주님을 증거하는 모든 성도들에게 주어지는 영광의 칭호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 또한 어둡고 혼란스러우며, 신앙을 지키기 어려운 영적 전쟁터와도 같습니다. 그러나 버가모 교회의 성도들처럼, 우리가 주님의 이름을 굳게 붙들고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주님께서 반드시 우리를 ‘내 충성된 증인’이라 불러주시며 영원한 상급으로 갚아 주실 줄로 믿습니다. 사단의 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주님을 더욱 굳게 붙드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