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자칭 유대인이라 하나 그렇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탄의 회당인 자들의 비방도 아노라.” (요한계시록 2:9)


서머나 교회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가운데서도 주님으로부터 책망이 전혀 없었던 교회로서, 참으로 신실한 믿음의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외적인 삶의 형편은 매우 고통스럽고 열악하였습니다. 오늘 본문은 주님께서 그들의 형편을 너무도 잘 아신다는 깊은 공감과 위로의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주님은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환난’(헬라어: θλῖψις, 들립시스)은 단순한 생활의 어려움이 아니라, 종교적 박해와 탄압으로 인한 고통을 의미합니다. 서머나 교회는 당시 로마 황제 숭배를 강요받는 가운데, 신앙을 지키려 했던 성도들이 강제 추방, 고문, 심지어는 생명을 잃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궁핍’(헬라어: πτωχεία, 프토케이아)은 일반적인 가난이 아니라, 극심한 물질적 결핍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믿음을 지키려다 세상의 부와 권력을 포기한 자들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서머나 자체는 부유한 항구 도시로서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었으나, 이 풍요는 주로 황제 숭배와 이교 문화를 따르는 상류 계층에게 집중되었고, 기독교인들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철저히 배제당하며, 심지어 재산을 몰수당하는 일도 흔했습니다. 히브리서 10장 34절에 보면, “너희가 갇힌 자를 동정하고 너희 소유를 빼앗기는 것도 기쁘게 당한 것을 기억하라”고 말씀한 것처럼, 그 시대 성도들은 재산까지 박탈당하면서도 믿음을 지키는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얼마나 놀라운 반전입니까? 세상 기준으로는 가난하고 약해 보이지만, 주님 보시기에는 참으로 부요한 자들이었습니다. 이는 누가복음 6장 20절에서 예수께서 “너희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나님의 나라가 너희 것임이라” 하신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린도후서 6장 10절에서도 바울은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라고 고백합니다. 곧, 영적인 부요함은 세상의 소유가 아니라, 주님 안에서의 신실한 믿음과 충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자칭 유대인이라 하나 그렇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탄의 회당인 자들의 비방도 아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사탄의 회당’이라는 표현은 매우 강렬하고 도전적인 언사입니다. 이는 단지 유대교를 향한 적대적 표현이 아니라, 복음을 대적하고 교회를 박해하는 세력의 정체를 날카롭게 지적한 말씀입니다.


당시 일부 유대인들은 자신들을 ‘하나님의 총회’, 곧 하나님의 백성이라 자처했지만, 실상은 로마 권력과 결탁하여 기독교인들을 고발하고 박해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사도행전 13장 45절, 14장 2절, 17장 5절 등지에서도 유대인들이 복음을 전하는 바울과 그의 동역자들을 방해하며 심각한 박해를 가한 기록이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요한복음 8장 44절에서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그의 욕심대로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고 하시며, 겉은 종교인처럼 보이지만 속은 사탄과 한통속인 자들을 경고하셨습니다.


‘사탄의 회당’이라는 말은,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복음을 거부하고 교회를 해치는 이들을 주님께서 얼마나 심각하게 보시는지를 드러냅니다. 오늘날에도 복음의 이름으로 교회를 혼란케 하거나, 외형은 경건하나 속은 세속적인 힘과 결탁된 무리들이 있다면, 그들도 같은 의미에서 '사탄의 회'로 불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분명한 진리를 가르쳐줍니다. 신앙의 길은 때로는 궁핍과 박해의 길이지만, 주님 안에 있는 자는 실상 가장 부요한 자입니다. 세상의 인정과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주님께서 아신다는 그 한 마디가 우리의 진정한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외적인 종교적 열심이나 세상의 명분보다, 오직 복음의 진리에 굳게 서야 하며, 복음을 대적하는 모든 거짓된 세력을 분별하고 물리쳐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지금도 말씀하십니다. “나는 네 환난과 궁핍을 안다…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 이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고난 중에도 믿음을 지키는 진정한 부요한 자로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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