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볼 때에 그의 발 앞에 엎드러져 죽은 자 같이 되매 그가 오른손을 내게 얹고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니 곧 살아 있는 자라 내가 전에 죽었었노라 볼지어다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노라” (계 1:17-18)
본문은 핍박 가운데 있는 사도 요한에게 나타나신 부활하신 주님의 놀라운 자기 계시의 말씀입니다. 당시 요한은 반모섬에 유배되어 외롭게 지내고 있었으며, 그가 사랑하던 교회들은 로마 황제 숭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핍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요한은 환상 가운데 영광스러운 주님을 보게 되었고, 그 거룩하신 모습을 뵈옵는 순간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죽은 자처럼 엎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요한에게 주님께서는 먼저 오른손을 얹으시며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친히 밝히셨습니다.
주님은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요한계시록 1장 8절에서 하나님께서 스스로를 “나는 알파와 오메가요…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고 하신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역사의 처음과 끝, 시작과 완성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과 동등하신 분이심을 선언하신 것입니다. 이사야 44장 6절에서도 여호와께서는 “나는 처음이요 나는 마지막이라 나 외에 다른 신이 없느니라” 하셨습니다. 이처럼 주님은 역사의 주권자이시며, 인간의 시작과 끝을 아시는 절대자이십니다.
주님은 자신을 “살아 있는 자”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살아 있다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생명을 가지신 영원한 존재이심을 뜻합니다. 출애굽기 3장 14절에서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하신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어느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하시는 참 하나님이십니다. 또한 시편 42편 2절에서 시인은 “내 영혼이 하나님 곧 생존하시는 하나님을 갈망하나니”라고 고백하였는데, 바로 그 ‘생존하시는 하나님’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은 “내가 전에 죽었었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주님께서 과거에 십자가에서 실제로 죽으셨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실패나 패배가 아니라,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신 대속의 죽음이었습니다. 마가복음 10장 45절은 분명히 말합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주님은 우리와 같은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인간의 고통과 죽음을 친히 경험하셨습니다. 그분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내어주신 사랑의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사망’은 인간의 생명의 끝을 뜻하며, ‘음부’는 헬라어로 ‘하데스’라 하여 죽은 자들이 머무는 처소, 곧 사망의 권세 아래 있는 자들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그 사망과 음부의 권세를 깨뜨리시고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생명의 열쇠를 가지신 분이 되셨습니다. 고린도전서 15장 54-55절에서 바울은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라고 승리의 선언을 합니다. 이는 부활하신 주님 안에 있는 자는 결코 죽음에 사로잡히지 않음을 선포하는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수많은 두려움이 존재합니다. 질병, 고난, 불확실한 미래,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우리를 엄습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분명히 우리에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셨고, 다시 살아나셨으며, 지금도 영원히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분은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지고 계시므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는 죽음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환난과 핍박이 다가올지라도, 영광의 주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요 살아 있는 자라”고 말씀하신 그 주님을 굳게 의지하심으로 두려움을 이기고, 부활의 소망 가운데 믿음의 길을 담대히 걸어가시는 복된 삶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