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수훈(2) 심령이 가난한 자(마5:3)

조회 수 98 추천 수 0 2025.02.12 11:35:49

마태복음 5장 3절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태복음 5:3)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가장 먼저 선포하신 말씀은 단순한 도덕적 가르침이나 인간적인 지혜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나라, 곧 천국의 백성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말씀하셨고, 그 첫 음성으로 산상수훈을 시작하셨습니다. 산 위에 올라앉으셔서 제자들과 무리를 향해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첫 말씀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세상이 말하는 복과는 너무나도 다른 복, 세상이 평가하는 가치와는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세상과 얼마나 다른 원리를 갖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복된 사람을 말할 때, 재물이 많고, 건강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가장 먼저 복된 자로 “심령이 가난한 자”를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난’이란 단지 물질적인 결핍이 아닙니다.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영적인 가난함’을 의미합니다. 헬라어로 ‘가난한 자’를 뜻하는 ‘πτωχός(프토코스)’는 단순히 가난한 정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거지와 같이 완전히 의존적인 상태를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와 함께 사용된 ‘심령’(πνεύματι)은 인간의 내면, 곧 영혼과 마음 깊은 곳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심령이 가난한 자’란 자기 내면 깊숙이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며,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정하고 고백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산상수훈의 시작에서 이 복을 먼저 선포하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첫 관문이 바로 심령의 가난함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스스로 의롭다 여기는 자, 교만한 자, 자기 능력과 경건을 자랑하는 자가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자신의 죄와 연약함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절절히 고백하는 자들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바리새인과 세리의 기도는 이 복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누가복음 18장 13절에 보면, 세리는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이르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사람이 저보다 의롭다 하심을 받고 그의 집으로 내려갔느니라.”(눅 18:14) 바리새인은 자신의 경건과 율법의 행위를 자랑하였지만, 세리는 하나님의 긍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가 바로 심령이 가난한 자입니다.


또한 다윗은 시편 16편 2절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는 나의 주님이시오니 주 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하였나이다.” 다윗이 왕으로서 많은 것을 소유하였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복이 하나님께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란, 자신의 복이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하며, 스스로는 아무 능력이 없음을 고백하는 자입니다.


세상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높이고, 자기를 중심으로 살아가라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나님께 자신을 내어 맡기고 그분만을 의지하는 자들이 누리는 나라입니다. 시편 125편 1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시온 산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영원히 있음 같도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자기 의와 자기 경험, 자기 자존심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만을 붙드는 자입니다.


그렇다면 왜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습니까? 예수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이 ‘천국’은 단지 죽어서 가는 저 하늘나라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 이 땅에서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삶, 곧 하나님의 임재와 은혜가 머무는 삶을 뜻합니다. 천국은 지금 여기서 시작되는 하나님의 통치이며, 장차 완성될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의 약속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은 단지 형편이 나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 자체입니다. 시편 34편 18절은 말합니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시는도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낮추고 주님 앞에 눈물로 서 있는 자, 무릎 꿇고 주의 도우심을 구하는 자에게 가까이하시며, 그들의 삶에 천국을 경험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 11장 28절에서도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자신의 무거운 짐을 스스로 지고 살며 인생을 감당하려는 자는 참된 쉼을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약함을 인정하고 주님 앞에 내려놓는 자, 주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고백하는 자는, 주님의 쉼과 평안을 경험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심령이 가난한 자는 하나님으로부터 높임을 받습니다. 마태복음 23장 12절은 말씀합니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세상은 자기를 높이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자기를 낮추는 자를 높이십니다. 야고보서 4장 6절은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나님 앞에 겸손히 자신을 낮추는 자, 그가 바로 복 있는 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심령이 가난한 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까? 먼저, 우리는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요한복음 15장 5절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라.”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매 순간 주님께 의지해야 합니다.


또한 교만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야고보서 4장 10절은 말씀합니다. “주 앞에서 낮추라 그리하면 주께서 너희를 높이시리라.” 우리의 마음을 항상 낮추어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자세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고 가까이해야 합니다. 시편 119편 105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자신의 지혜와 판단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고자 할 때, 우리는 참된 심령의 가난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시편 37편 5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우리의 앞날, 계획, 걱정까지도 주님께 맡기며 살아갈 때, 우리는 주의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은 부요한 자를 복되다 하지만, 주님은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되다 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런 자는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나라를 소유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풍성히 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복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 심령이 가난해져야 합니다.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고백, 은혜 없이는 단 하루도 견딜 수 없다는 고백으로 주 앞에 나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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