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5장 1-2절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이르시되."
오늘 우리는 주님의 말씀 앞에 다시 한 번 우리의 심령을 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산상수훈의 시작 부분을 함께 묵상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산상수훈은, 마태복음 5장에서 7장까지 이어지는 예수님의 가장 위대한 설교 중 하나입니다. 그 첫머리에서 예수님께서는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셨고, 제자들이 그분께 나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입을 열어 가르치기 시작하셨습니다.
이 짧은 두 절은 언뜻 보면 간단한 배경 설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신앙생활과 예배, 그리고 말씀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매우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세 가지 중심 주제를 따라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는 예수님께서 왜 산에서 가르치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둘째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는 자들의 태도입니다. 셋째는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교훈입니다.
먼저, 예수님은 왜 산에 올라가 앉으셨을까요? 단지 무리가 많아서 그들을 잘 보시기 위해서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설교하신 이 산은 갈릴리 호수 근처의 작은 언덕으로, 신학자들은 이곳을 ‘신약의 시내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는 출애굽기 19장에서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았던 사건과 연결됩니다. 구약의 시내산에서 모세는 옛 언약, 즉 율법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했지만, 신약의 이 갈릴리 산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새 언약, 곧 복음의 말씀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 산상설교는 단지 새로운 가르침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자녀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삶의 기준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지 도덕적 규범이나 삶의 지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서 마땅히 살아야 할 삶의 방식이며, 하나님의 마음을 닮아가는 거룩한 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 앉으신 것은, 단지 지형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권위로 말씀하시기 위함이며,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시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산은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로 자주 묘사됩니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엘리야는 호렙산에서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여러 번 산에 올라가 기도하시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셨습니다. 누가복음 6장 12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밤을 새워 기도하신 곳도 산이었고, 변화산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은 하나님과의 만남, 기도, 임재의 장소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셨다는 것은, 지금 이 자리에 하나님의 임재가 있으며, 그 음성을 듣는 자는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제자들의 태도는 어떠했습니까? 본문은 "제자들이 나아온지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매우 중요한 영적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들으려는 자에게 주어집니다. 무리는 멀리 있었지만, 제자들은 가까이 나아왔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순간도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마음을 열고 나아온 것임을 믿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지식을 위한 정보가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의 말씀이며, 영혼을 소생시키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제자들과 같이 주님 앞에 나아오는 자세, 그 겸손함과 갈급함이 우리 안에 회복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오늘날도 수많은 사람들이 말씀을 듣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을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요한복음 6장을 보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무리들이 떠나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이 고백이 오늘 우리들의 고백이 되어야 할 줄 믿습니다. 말씀 앞에 나아오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위한 길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여야 하겠습니까?
첫째는 겸손한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자기의 의를 앞세우며 거부하였습니다. 반면에 가난하고 낮은 자들은 주님의 말씀을 사모하며 귀 기울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린아이와 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겸손한 마음만이 하늘의 비밀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십니다.
둘째로, 말씀을 날마다 묵상해야 합니다. 여호수아 1장 8절에서는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라”고 하셨습니다. 말씀은 하루의 양식과 같습니다. 매일 공급받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은 점점 메말라 가게 됩니다. 시편 1편에서도 날마다 말씀을 즐거워하며 묵상하는 자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같아 결실하며 마르지 않는 삶을 살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말씀을 가까이하면 생명이 흘러넘치고, 그 말씀은 우리의 길을 비추는 빛이 됩니다.
셋째로, 우리는 들은 말씀을 실천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지혜로운 사람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단지 듣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우리 삶에 실제로 나타나야 하고, 우리의 말과 행동 속에 그 말씀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실천 없는 믿음은 허상입니다. 말씀을 행하는 자만이 주님의 뜻을 이루며, 삶의 모든 시험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영적 진리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산에서 말씀하신 이유는 하나님의 새로운 언약을 선포하기 위함이었고, 모든 사람에게 열린 복음을 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또한 산은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는 장소로, 우리도 그 말씀 앞에 나아가야 할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말씀을 듣는 자는 그저 지식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겸손한 마음으로 날마다 묵상하고, 삶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능력이 있으며, 우리의 영혼을 살리는 참된 생명의 양식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주님 앞에 겸손히 나아가, 날마다 말씀을 사모하며, 그 말씀대로 살아가기로 결단하는 믿음의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예수님께서 산에 앉으셔서 입을 여시던 그 순간처럼, 지금 이 자리에서도 우리 주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주님의 발 앞에 엎드리는 복된 삶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