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맷돌 윗짝을 아비멜렉의 머리 위에 내려던져 그 두골을 깨뜨리니 아비멜렉이 자기의 병기 잡은 소년을 급히 불러 그에게 이르되 너는 칼을 빼어 나를 죽이라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이르기를 그가 여인에게 죽었다 할까 하노라 소년이 찌르매 그가 곧 죽은지라 (53,54)
아비멜렉이 세겜 사람들의 배반에 대하여 분노하고 그들을 멸하고 남은 자를 추적할 때에 아비멜렉의 칼 앞에 곧 죽게 된 한 여인이 무심코 던진 맷돌에 머리를 맞아 그의 머리가 깨졌고, 죽음을 앞두게 된 아비멜렉은 군사 한 명을 불러서 여인에게 맞아 죽은 것을 은폐하기 위해 그의 칼로 자신을 찌르도록 함으로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70명의 형제들을 죽이고 왕 노릇을 했던 아비멜렉은 3년이라는 짧은 세월의 통치를 뒤로하고 한 여인이 던진 맷돌에 맞아 허망하게 죽음을 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토록 잔인하고도 막강했던 아비멜렉이 연약한 여인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즉 세상의 권력이라는 것이 이처럼 약하고 허망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오늘날에도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권세와 명예, 그리고 돈과 지식을 자랑하지만 이것들은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것들입니다.
악인은 그렇지 않음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시편 1:4)
이 시대에도 수 없이 많은 이들이 세상의 것을 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쟁취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속히 깨닫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아비멜렉이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죽어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쳐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죽어 가면서도 오히려 여인에 의해 죽는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죽어가면서 까지 자신의 존재를 이 땅에 묻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그는 이 땅에 없고, 하나님의 심판으로 인하여 지옥 불에서 고통을 받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 중에도 생명이 죽어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존심을 더욱 귀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비단 세상 사람들 뿐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면서 까지 교회에 나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인 자존심은 사실상 주님과 원수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죄를 깨닫는 삶을 통하여 겸손으로 무장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