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네 이웃에게 이르기를 갔다가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고 네게 있거든 곧 주며 네 이웃이 네 곁에 거하여 안심하거든 그를 해하지 말며 까닭 없이 사람과 더불어 다투지 말지니라”
지혜는 결코 개인의 내면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잠언은 지혜를 마음에 간직하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 지혜가 이웃을 향한 선으로 흘러가야 함을 분명히 가르칩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는 나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나를 통해 공동체를 살리는 능력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잠언 3장 27–30절은 지혜의 사회적 얼굴, 곧 공동체 윤리를 매우 실제적인 언어로 선포합니다.
본문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명령으로 시작합니다.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힘이 있거든”이라는 말은, 능력이 있을 때, 여유가 있을 때, 기회가 주어졌을 때를 가리킵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양의 선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선행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의 태도는 분명히 물으십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더욱 분명합니다.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여기서 선을 베푸는 대상은 막연한 누군가가 아니라, 마땅히 받을 자, 곧 필요가 분명한 이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선을 추상적인 선의로만 남겨 두지 않으십니다. 구체적인 사람,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선을 행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지혜는 마음속의 좋은 뜻으로 만족하지 않고,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합니다.
성경은 곧바로 선을 미루는 태도를 경고합니다. “갔다가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고 네게 있거든 곧 주며.” 선은 미루는 순간 힘을 잃습니다. 오늘 도울 수 있는데 내일로 미루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계산입니다. 하나님은 선을 할 수 있는 ‘지금’을 소중히 여기십니다. 왜냐하면 이웃의 필요는 늘 현재형이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조건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을 때 행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음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상황이 좋아지면”이라는 말로 선을 미루고 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말합니다. “네게 있거든 곧 주며.” 하나님은 우리의 미래 약속보다 현재의 순종을 기뻐하십니다.
본문은 이제 선을 베푸는 문제를 넘어, 해를 끼치지 말라는 공동체 윤리로 나아갑니다. “네 이웃이 네 곁에 거하여 안심하거든 그를 해하지 말며.” 여기서 ‘안심하거든’이라는 표현이 매우 중요합니다. 공동체는 서로가 서로에게 안심이 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이 서로를 경계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웃의 신뢰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약점을 악용하지 않고, 가까움을 해로 바꾸지 않습니다.
성경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합니다. “까닭 없이 사람과 더불어 다투지 말지니라.” 지혜는 분쟁을 키우지 않습니다. 물론 진리를 위해 싸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경고하는 것은 ‘까닭 없는 다툼’입니다. 자존심 때문에, 말 한마디 때문에, 오해 때문에 커지는 다툼은 공동체를 병들게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길 기회를 찾기보다, 평화를 지킬 길을 찾습니다. 침묵이 지혜일 때를 알고, 물러섬이 승리일 때를 압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지혜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지혜는 나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이웃을 살리는 통로입니다. 지혜는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공동체의 신뢰를 지키는 능력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이 선을 베풀 줄 알고, 해를 삼갈 줄 알며, 다툼을 절제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세워지기를 원하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개인의 권리가 강조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권리보다 책임, 자유보다 사랑, 주장보다 배려를 지혜로 가르칩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윤리이며, 세상과 구별되는 성도의 삶입니다. 지혜는 예배당 안에서만 빛나지 않습니다. 이웃의 문 앞에서, 말 한마디 앞에서, 선택의 순간에 진짜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의 기도가 이렇게 바뀌기를 바랍니다. “주님, 저를 지켜 주옵소서”에서 더 나아가 “주님, 저를 통해 이웃을 지켜 주옵소서.” 선을 미루지 않는 용기, 신뢰를 해치지 않는 정직, 다툼을 절제하는 겸손이 우리 삶에 자리 잡기를 소망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우리의 공동체를 안전하게 하시고, 교회를 세상의 빛으로 세우실 줄 믿습니다. 이웃을 향한 선과 공동체 윤리의 말씀을 듣는 모든 성도들의 삶과 가정과 교회 위에, 지혜로 세워지는 평화와 신뢰의 열매가 날마다 풍성히 맺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