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잠언 1장 20–23절
“지혜가 길거리에서 부르며 광장에서 소리를 높이며 시끄러운 길목에서 소리를 지르며 성문 어귀와 성중에서 그 소리를 발하여 이르되 너희 어리석은 자들은 어리석음을 좋아하며 거만한 자들은 거만을 기뻐하며 미련한 자들은 지식을 미워하니 어느 때까지 하겠느냐 너희가 나의 책망을 듣고 돌이키라 보라 내가 나의 영을 너희에게 부어 주며 나의 말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오늘 우리는 매우 놀라운 장면 앞에 서 있습니다. 성경 속 지혜는 조용한 서재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지혜는 깊은 산속이나 은밀한 장소에 숨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혜는 거리로 나아가고, 광장으로 나아가며, 사람들이 가장 분주하게 오가는 길목 한가운데서 소리를 높여 외칩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결코 침묵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강력한 선언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외면할지라도, 하나님은 인간을 향해 말씀하시기를 멈추지 않으십니다.
본문은 “지혜가 길거리에서 부르며”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지혜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인격처럼 묘사됩니다. 이는 하나님의 지혜가 살아 있는 음성으로, 인간을 향해 직접 다가온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감추어 두지 않으시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공간 속으로 보내십니다. 길거리와 광장은 일상의 자리이며, 선택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하나님은 예배당 안에서만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리에서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지혜는 “시끄러운 길목에서 소리를 지르며 성문 어귀와 성중에서 그 소리를 발하여” 외칩니다. 이는 하나님의 음성이 연약하거나 소극적이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세상의 소음이 크다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묻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그 소음 위로 말씀하십니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계산과 경쟁이 가득한 그 한복판에서 하나님은 분명한 음성으로 말씀하십니다. 문제는 하나님이 말씀하지 않으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듣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습니다.
지혜의 외침은 대상이 분명합니다. “너희 어리석은 자들은 어리석음을 좋아하며 거만한 자들은 거만을 기뻐하며 미련한 자들은 지식을 미워하니 어느 때까지 하겠느냐.” 이 말씀은 책망이지만, 동시에 애통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계십니다. 어리석음은 무지에서만 오지 않습니다. 어리석음은 좋아하는 데서 옵니다. 거만은 실수가 아니라 기쁨의 대상이 되었고, 미련함은 몰라서가 아니라 지식을 미워하기 때문에 계속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행동 이전에, 우리의 마음을 향해 말씀하십니다.
이 질문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어느 때까지 하겠느냐.” 하나님은 인간의 죄를 방관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즉각적인 심판보다 회개의 기회를 먼저 주십니다. 이 질문은 정죄가 아니라 초청입니다. 하나님은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음을 알려 주십니다. 지혜가 거리에서 외친다는 것은, 아직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아직 돌이킬 수 있는 은혜의 시간이 열려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혜는 이어서 이렇게 외칩니다. “너희가 나의 책망을 듣고 돌이키라.” 여기서 ‘돌이키라’는 말은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회개의 언어입니다. 회개는 감정이 아니라 방향 전환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으시고, 방향을 바꾸라고 요구하십니다. 지혜는 우리에게 스스로를 증명하라고 말하지 않고,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은혜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놀라운 약속을 주십니다. “보라 내가 나의 영을 너희에게 부어 주며 나의 말을 너희에게 보이리라.” 이 말씀은 지혜가 단순한 윤리 교육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하나님은 회개하는 자에게 성령을 부어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지혜는 인간의 노력으로 얻는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이 부어질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은혜입니다. 말씀을 이해하는 능력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영의 문제입니다.
이 말씀은 오늘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까. 세상은 끊임없이 외칩니다. 더 가져라, 더 빨리 가라, 남보다 앞서라, 너 자신이 기준이 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소리 위에서 지혜의 음성도 여전히 외치고 있습니다. 문제는 소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적으로 듣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거리에서 외치십니다. 가정의 자리에서, 일터의 선택 앞에서, 관계의 갈림길에서, 양심의 소리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그러나 그 음성은 강요가 아니라 초청이기에, 듣지 않으면 지나가 버립니다. 지혜는 붙잡는 자의 것이 됩니다.
바쁜 길목에서 잠시 멈추어 지혜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책망으로 들리는 말씀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십시오. 돌이키라는 부르심 속에서 정죄가 아니라 회복의 길을 보십시오. 하나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성문 어귀에서까지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