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11장 1–2절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루살렘에 거주하였고, 그 남은 백성은 제비 뽑아 열 명 중에서 하나는 거룩한 성 예루살렘에 거주하게 하고, 아홉은 다른 성읍에 거주하게 하였으며, 예루살렘에 거주하기를 자원한 모든 자를 백성들이 위하여 축복하였느니라.”(느헤미야 11:1–2)
예루살렘 성벽이 재건되고, 성전의 예배가 회복된 이후 느헤미야와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남겨진 중요한 과제는 바로 ‘예루살렘에 거주할 사람들’을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성전이 있고 성벽이 재건되었다 해도 그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면, 도성은 여전히 쓸쓸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성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선발했습니다. 첫째, 지도자들이 먼저 예루살렘에 거주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는 지도자들이 백성에게 모범을 보이는 신앙적 책임이자 희생이었습니다. 그리고 둘째, 백성 중에서 열 사람 중 하나를 제비로 뽑아 예루살렘에 거주하게 하였습니다. 나머지 아홉은 원래 살던 각 성읍에 그대로 남게 하였지요. 이는 당시로서는 매우 실질적이며 공정한 방법이었습니다.
제비 뽑는 방식은 구약 시대에 자주 사용되었던 제도였습니다. 예를 들어, 가나안 땅 분배(수 14:2), 성전 섬김 순서 정하기(대상 24:5) 등에 제비 뽑기를 사용하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제비 뽑기는 하나님의 뜻을 묻는 신앙의 행위로 여겨졌다는 것입니다. 즉, 인간의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따르는 신앙의 실천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제비로 뽑힌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느헤미야 11장 2절에 보면 자원하여 예루살렘에 거주하기로 한 자들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하여 모든 백성이 복을 빌었다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자원하여 헌신한 이들의 희생이 얼마나 값지고 귀중한 것이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왜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웠을까요? 당시 예루살렘은 여전히 전쟁의 흔적과 폐허의 상처를 지닌 도시였습니다. 성벽은 회복되었지만, 생활 기반이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거주한다는 것은 생활의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 외적의 위협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는 일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예루살렘에 사는 일은 편안한 안식처가 아니라 하나님을 위한 희생과 헌신의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이 예루살렘을 단순한 도성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거룩한 성 예루살렘”(1절)**이라고 부릅니다. 예루살렘은 단지 행정 중심지가 아니라, 하나님이 거하시고 영광을 나타내시는 도시였습니다. 시편 48편 1-2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호와는 위대하시니 우리 하나님의 성, 그의 거룩한 산에서 크게 찬양받으시리로다. 터가 높고 아름다워 온 세계가 즐거워함이여 큰 왕의 성 곧 북방에 있는 시온 산이 그러하도다.”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장소요, 예배가 드려지는 영광의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을 위해 희생할 자, 헌신할 자가 필요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이 말씀은 교회와 성도를 향한 영적 상징으로 우리에게 깊은 도전을 줍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거룩한 성 예루살렘’, 곧 교회와 성도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자를 찾고 계십니다. 편안한 길이 아니라, 희생의 길일 수 있지만, 그 자리에 설 때 하나님의 영광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도성을 위해 자신을 드린 자들, 다시 말해 오늘날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복음을 위해 자기를 부인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구하는 이들은 복받을 자들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요한복음 12:25)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을 거룩한 성으로 세우시기 위해 사람을 부르셨고, 지금도 교회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해 헌신자를 부르십니다.
누가 그 자리에 설 수 있을까요? 바로 자원하는 자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제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라고 고백하는 자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부름받은 그 1/10의 백성과 자원자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나는 하나님의 거룩한 성을 세우는 일에 헌신하고 있는가?
내 삶은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영광스러운 예루살렘과 같은가?
교회를 위한 내 시간과 물질, 기도와 땀방울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희생으로 드려지고 있는가?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자원하는 헌신자, 거룩한 도성을 세우는 자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에게, 하나님은 분명히 복을 내리십니다. “예루살렘에 거하기를 자원한 모든 자를 백성들이 위하여 축복하였느니라.” (느 11:2) 이 복이 우리 모두의 삶에 충만히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