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10장 34절 (개역개정)
“우리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백성들이 제비 뽑아 각기 종족대로 해마다 정한 기한에 나무를 우리 하나님의 전으로 가져다가 율법에 기록한 대로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제단 위에 사르게 하였나니” (느헤미야 10:34)
느헤미야 10장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서 삶 전반에 걸친 언약을 새롭게 맺는 장면을 기록합니다. 그 언약 가운데 한 항목으로 기록된 것이 바로 제사 드릴 때 필요한 나무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입니다.
성전 제사는 다양한 제물과 함께 반드시 불에 태워 드리는 예식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나무는 성전 제사에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그러나 바벨론 포로 이후 경제적, 사회적 기반이 매우 약해진 유다 공동체는 나무조차도 쉽게 구할 수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스스로 책임을 나누어 감당하기로 결단하였습니다.
첫째로, 번제나 소제에 필요한 나무는 돈으로 사거나 특정인이 전담하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공동체 전체가 협력하여, 제비를 뽑아 종족별로 순서를 정하고, 정한 시기에 성전에 나무를 바치기로 한 것입니다(34절). 이 방식은 무작위이거나 비정기적인 헌신이 아니라, 질서와 정기성이 있는 공동체적 책임과 참여를 보여줍니다. 누구도 예외 없이, 모든 종족이 자신들의 차례가 되면 성전에 필요한 나무를 드려야 했습니다.
둘째로, 이 일에는 제사장, 레위인, 백성 모두가 참여하였습니다. 평소에 예배의 제사 집례를 맡지 않던 일반 백성들은 물론, 제사장과 레위인들조차도 나무를 준비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이는 예배를 위한 준비는 특정 직분자만의 일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책임임을 보여주는 귀한 장면입니다.
셋째로, 이들의 헌신은 단지 형식적인 의무 이행이 아니라, 율법에 근거한 신앙적 순종이었습니다. “율법에 기록한 대로”라는 표현은, 그들이 드리는 나무와 제사가 단지 습관이나 전통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예배 중심의 삶임을 강조합니다. 그들은 단지 제단 위에 불을 피우기 위한 수고를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경외심을 삶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처럼 나무를 준비하는 사소해 보이는 일조차도 하나님 앞에서는 거룩한 헌신이었습니다. 제사가 아무리 거룩하고 정결한 제물로 준비되어 있어도, 불이 없으면 드릴 수 없습니다. 즉, 나무는 예배의 불을 지속시키는 기본이자 필수요소였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는 백성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준비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교회 안에서의 예배와 사역은 특정인의 열심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말없이 준비하고 수고하는 이들의 헌신이 있을 때, 예배의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를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앞에서 인도하고, 누군가는 뒤에서 기도하고, 또 누군가는 교회 문을 열고 난방을 켜며, 누군가는 성가대석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성찬을 준비합니다. 이 모든 수고는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예배의 제사에 필요한 ‘나무’와 같은 헌신입니다.
결론적으로, 느헤미야 시대 이스라엘 백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성전 제사가 온전히 드려질 수 있도록 나무를 준비하는 책임을 공동체적으로 감당하기로 결단하였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 성도들에게도 중요한 영적 교훈을 줍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있어, 어떤 수고도 작거나 하찮은 것이 없으며, 모두가 기쁨으로 그 일에 참여할 때 진정한 공동체의 예배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예배의 불을 위한 나무를 정성껏 준비하며, 하나님께 드려지는 온전한 예배를 함께 세워나가는 성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