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10장 1–27절 (개역개정)
“그 인친 자는 하가랴의 아들 총독 느헤미야와 시드기야...” (느헤미야 10:1 이하)
느헤미야 10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 앞에 새롭게 언약을 갱신한 후, 그 언약 문서에 직접 인(印)을 찍은 사람들의 명단을 기록한 장입니다. 이 명단은 단순한 행정 목록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신앙적 책임과 결단을 맺은 공동체의 지도자들의 고백과 다짐의 표현입니다.
먼저 1절은 “그 인친 자는 하가랴의 아들 총독 느헤미야”라고 기록하며, 가장 먼저 총독 느헤미야가 자신을 대표하여 언약에 인을 찍은 것을 보여줍니다. 느헤미야는 정치적 리더이자 영적 지도자로서 이 언약의 가장 앞에 서 있는 인물이며, 이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지도자가 먼저 본을 보이는 것의 중요성을 드러냅니다.
이어지는 명단에는 제사장들, 레위인들, 민족의 지도자들이 순서대로 등장합니다. 제사장 명단(2–8절), 레위인 명단(9–13절), 백성의 방백들, 곧 족장들과 귀족들의 이름(14–27절)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단지 종교적 직분자들이 아니라, 백성들을 대표하여 하나님과의 언약에 공동체적으로 참여하는 위치에 선 사람들입니다.
이 명단은 단순히 누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 서명한 것은 곧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살아갈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하고, 그 책임을 지겠다는 영적 서약이었습니다. 언약 문서에 인을 찍는 행위는 오늘날로 말하면 법적 문서에 서명하고 도장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일시적인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평생토록 지켜야 할 믿음의 약속이었습니다.
더욱이 이 서명은 공동체 전체를 대표하는 행위였습니다. 개개인이 언약 문서에 모두 서명할 수는 없었지만, 대표자들이 서명함으로써 온 백성이 하나님의 언약 안에 있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마치 모세가 신해산에서 율법을 받은 후 백성에게 전하자, 백성이 함께 “우리가 다 행하겠습니다”라고 응답한 것과 같은 영적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출애굽기 24:3).
오늘날의 신앙공동체에서도 이 정신은 매우 중요합니다. 지도자들은 먼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순복해야 하며,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거룩한 공동체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이 명단은 결국 책임 있는 신앙의 증표입니다.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거룩하게 살겠다는 뜻이며, 공동체를 이끌어 하나님 뜻 안에서 살도록 섬기겠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나님은 지금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시는 이들을 찾고 계십니다. 그 이름은 교적부에만 기록되어 있는 이름이 아니라, 주님의 책에 생명의 언약으로 기록되어 있는 이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말씀을 받고, 회개하고, 다시 언약을 세웠다면, 이제는 우리의 삶을 통해 그 언약을 실제로 지켜나가야 합니다.
느헤미야 10장에 기록된 수많은 이름처럼, 우리의 이름도 하나님 나라의 언약 가운데 인쳐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믿음과 순종으로 살아가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님 앞에 우리의 이름이 살아있는 언약으로 남기를 기도하며, 말씀 앞에서 늘 새롭게 결단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