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때가 제육시쯤 되어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하며

45 성소의 휘장이 한가운데가 찢어지더라

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47 백부장이 그 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이르되 이 사람은 정녕 의인이었도다 하고

48 이를 구경하러 모인 무리도 그 된 일을 보고 다 가슴을 치며 돌아가고

49 예수를 아는 자들과 갈릴리로부터 따라온 여자들도 다 멀리 서서 이 일을 보니라


제 육시는 현대의 시간구분으로 본다면 정오에 해당되는 시간입니다. 온 땅에 어둠이 임하는 모습에 대하여 해가 빛을 잃었다는 표현을 씀으로서 단순히 구름이 해를 가리거나 혹은 천체의 변화로 인한 어둠이 아니라 빛을 주관하시는 하나님, 그리고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는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이는 성소와 지성소를 구분하기 위한 휘장으로 보여집니다, 성소에는 제사장이 매일 또는 안식일과 제사 때마다 들어갔으며(출27:21; 30:7; 레4:7; 24:3,8), 지성소에는 일 년에 한번만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레16:1,2; 히9:7). 왜냐하면 성소에는 제사장들의 제사 도구와 예물이 있으나 지성소에는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언약궤가 놓여 있었기 때문입니다(레16:2). 지성소는 구별된 장소였습니다. 성소의 휘장이 찢어짐은 하나님과 사람사이의 벽을 허무는 놀라운 사건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각 복음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누가는 예수의 운명을 성소의 휘장이 찢어진 뒤에 일어난 것으로 기록한 반면 마태와 마가복음은 예수님이 죽은 후에 성소의 휘장이 찢어진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마 27:50,51; 막 15:37,38). 또한 마태와 마가복음에서는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이 두 번 크게 소리 지르셨는데, 첫 번 째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말씀하셨고 운명 직전에는 크게 소리 질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마27:46,50; 막15:34,37). 반면에 누가복음에서는 큰 소리로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46)라고 말씀하신 후 숨지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마태와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간구에, 누가복음은 온전한 순종에 중심을 두고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태와 마가복음에서는 또다시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의 외침을 듣고 신포도주를 예수님에게 준 사실과 희롱하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지만(마27:47-49; 막 15:35,36) 누가복음의 경우에는 전혀 그러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는 이방엔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누가의 의도를 생각해본다면 그는 희롱당하는 예수님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말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죽음의 광경을 목격했던 자 가운데 백부장은 그 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이르되 “이 사람은 정녕 의인이었도다”(47)라고 고백합니다. 이 표현에서도 마태와 마가복음에서는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마27:54; 막15:39)라고 고백하는데, 누가복음에서는 의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이는 이 복음이 이방인에게 전해질 때에 “하나님의 아들”보다는 “의인”이라는 단어가 더욱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유대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지만 이방인들에게는 오히려 의인이라는 법정 용어, 즉 완전하신 분으로 이해되는 것이 더욱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는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완전하신 분, 즉 의인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문제도 있을 수 없습니다.


백부장의 증언이 있은 후 이를 구경하러 모인 무리들의 반응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들은 “다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48)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처형당하는 장면을 구경거리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들을 당혹스럽게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들이 가슴을 쳤다는 것은 그들의 양심이 매우 심하게 가책을 받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아는 자들과 갈릴리로부터 따라온 여자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다 멀리서서 이 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앞에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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