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빛을 띤 두 사람(눅24:13-17)

조회 수 1253 추천 수 0 2017.03.03 11:00:19


13 그 날에 그들 중 둘이 예루살렘에서 이십오 리 되는 엠마오라 하는 마을로 가면서

14 이 모든 된 일을 서로 이야기하더라

15 그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문의할 때에 예수께서 가까이 이르러 그들과 동행하시나

16 그들의 눈이 가리어져서 그인 줄 알아보지 못하거늘

17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길 가면서 서로 주고받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이냐 하시니 두 사람이 슬픈 빛을 띠고 머물러 서더라

 

유월절 축제와 예수님의 체포, 그리고 이어지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으심과 빈무덤의 발견으로 인한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소문은 제자들에게는 매우 혼란스러운 시간들이었을 것입니다. 성경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예루살렘에서의 사건을 뒤로하고 엠마오라는 마을로 향하고 있는 두 제자의 모습을 통하여 당시의 상황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하고 있습니다. 깊은 좌절 속에 예루살렘을 떠나는 제자들은 먼저 유월절 축제를 함께하기 위해 온 것으로 보이며, 또한 그들은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지는 모습을 보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처참하게 죽으셨고, 제자들의 눈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는 민족과 자신들의 모습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던 것도 이러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이제 예수님께서 더 이상 그들과 함께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은 자신들의 추억 속에 한 부분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절망적인 상황과는 달리 예수님은 그들 가까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걷고 대화하는 동안 그들의 대화 가운데도 함께 계셨습니다. 이는 오늘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실수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상항이 불리해지거나 믿음의 환경이 절망적일 때 예수님도 그들의 곁을 떠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좌절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그들의 삶과 대화 속에서도 언제나 함께하시고,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합니다.

 

두 사람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예수님을 알지 못했던 이유를 성경은 눈이 가리어져서볼 수 없었다고 말씀합니다. 이 말은 보지 못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말은 원어로 보면 크라테오라는 말인데, 이는 눈이 고정되었다는 의미, 즉 의식과 시각이 변함이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얼마전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이 자신들 앞에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며, 또한 부활하셨다해도 설마 자신들 앞에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부활하셨다면 왕으로 그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유월절을 마치고 돌아가는 여행자의 모습으로 자신들 앞에 나타나셨고, 이제는 그들의 말동무로 여행을 함께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고정관념이 그들 앞에 나타난 예수님을 볼 수 없게 만들었고, 그들에게 수없이 전해졌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회중들 앞에서 자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하여 수없이 강조하며, 반드시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하셨습니다. 좌절 속에 엠마오로 향하고 있는 두 사람도 이 사실에 대하여 수없이 듣고, 마치 깨달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여전히 예수님께서 로마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헤롯을 몰아내고, 유대인의 왕으로서 이스라엘을 회복시킬 것에 대한 기대를 했을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함께 그들의 소망도 사라졌고, 이제는 깊은 좌절 속에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인생으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보면서 새로운 소망을 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부활의 소식을 들으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증인으로서의 삶을 설계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눈을 가리는 순간 절망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좀 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분께서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것이 주님의 따르는 자의 자세임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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