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마음

조회 수 3037 추천 수 0 2010.06.09 10:28:23

 

1

 

내가 세상에 속해 있을 때 나는 주님을 알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주님을 알았을 때에도

나는 왜 주님이 이 땅에 오셔야 했는지 나는 몰랐습니다.

내가 죽음에 처한 사실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나는 주님을 필요로 했을 뿐입니다.

 

주님을 알고 나를 보았을 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은 내가 걸친 추하고 더러운 옷 위에 자신의 빛나고 아름다운 옷을 입히시고

자신은 벌거벗고 계셨습니다.

주님은 내가 당할 고통의 자리에서

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시고 친히 그곳으로 향하셨습니다.

내가 그분 앞에 있을 때 나는 오직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2

 

나는 갈보리 산 위에서 주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영광의 왕관을 벗으신 그 자리에는 고통의 가시들이 박혀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옷을 벗고 추한 것으로 몸을 가리우셨던 그 옷조차도

모두 벗겨진 채 벌거벗겨 있었습니다.

소경의 눈을 열고 아픈 자의 몸을 일으키셨던 그 손은

못에 박혀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연약한 자, 어둠에 있는 자들을 찾아 다니던 그 발도

못에 박혀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생명의 기쁜 소식을 전해 주던 그 입으로

쓰디 쓴 물이 부어졌습니다.

어린 아이를 품에 안듯 세상의 모든 사람을 안았던 그 몸은

채찍으로 찢겨지셨습니다.

사랑을 가득 담고 세상을 향해 나누어 주었던 심장은

창에 찔려 모든 것을 쏟아 놓으셨습니다.

주님이 “다 이루었다” 말하셨을 때 나는

그것이 나를 위한 희생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3

 

나는 어둠의 터널을 빠져 나와 밝은 빛 아래 서 있습니다.

멈췄던 심장은 박동을 시작했고

덮였던 두 눈은 밝게 열렸습니다.

몸 안에 생명의 기운이 싹트고

나는 움추렸던 온 몸을 펴고 크게 기지개를 폈습니다.

내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드는 동안

나는 깊은 행복감에 젖어 있습니다.

 

4

 

내가 세상의 한 가운데 섰을 때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했습니다.

내가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마다 유혹하는 소리에 괴로워해야만 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수없이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주님이 내 손을 잡아 주기 전까지 나는 그곳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습니다.

 

이제 나는 안전한 곳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나는 가는 길을 알 수 없지만 행복하게 길을 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이 나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나와 함께 계시는 동안 나는 안전합니다.

 

5

 

내가 안전한 길을 가는 동안에도 나는 나의 연약함을 발견합니다.

힘들고 지쳐 넘어지고 낙망 속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주님의 손이 내게서 멀어질까 두려워 두 손으로 꼭 잡고

주님에 의해 이끌려 갔습니다.

그분이 없이는 일어설 수 없는 나는 오직 그분의 얼굴만을 바라 볼 뿐입니다.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그 소리에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걷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라”

그렇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그분은 결코 나를 버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나를 홀로 두고 가지 않으실 것입니다.

 

6

 

이제 나는 주님의 종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닮기를 소망합니다.

주님의 섬김이 내 안에서 활동하기를 원합니다.

죽어져 가는 저들에게 나를 드려 생명이 싹트기를 기도합니다.

주 안에 연약한 이들과 함께 같이 쓰러지고 넘어지면서 아픔을 나누기를 원합니다.

나는 이제 종의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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