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장 아히멜렉

조회 수 6199 추천 수 0 2010.06.05 21:37:39

그때에 다윗이 놉에 가서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니 아히멜렉이 다윗을 만나 두려워하며 그에게 이르되, 어찌하여 네가 홀로 있고 아무도 너와 함께하지 아니하느냐? 하매 다윗이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되, 왕이 내게 일을 명령하고 내게 이르시기를, 내가 너를 보내어 하게 하는 일과 또 네게 명령한 것을 아무에게도 전혀 알리지 말라, 하시기에 내가 내 종들을 이러이러한 곳으로 가라고 지정하였나이다. 그런즉 이제 당신의 손안에 무엇이 있나이까? 빵 다섯 개나 무엇이든지 거기 있는 대로 내 손에 주소서, 하거늘 제사장이 다윗에게 응답하여 이르되, 내 손안에 보통 빵은 없으나 거룩한 빵은 있나니 최소한 그 청년들이 여자들을 가까이 하지 아니하였으면 주리라, 하매 다윗이 제사장에게 응답하여 이르되, 진실로 내가 떠나온 이후로 우리가 이 사흘 동안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아니하였나이다. 청년들의 그릇들이 거룩하며 참으로 이 날 그 빵이 그릇에서 거룩히 구별되었을지라도 지금은 보통 방식으로 있나이다, 하니 이에 제사장이 거룩한 빵을 그에게 주었더라. 이는 거기에 보여 주는 빵 곧 {주} 앞에서 취한 빵밖에 다른 빵은 없었기 때문이더라. 이 빵은 더운 빵을 놓는 날에 치워놓은 것이더라. 이제 그 날 사울의 신하들 중 어떤 사람이 거기서 {주} 앞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도엑이요, 그는 에돔 족속으로 사울에게 속한 목자들 중에서 으뜸가는 자였더라. 다윗이 아히멜렉에게 이르되, 여기 당신의 손안에 창이나 칼이 없나이까? 왕의 일이 신속함을 요하므로 내가 내 칼과 무기를 가져오지 못하였나이다, 하매 제사장이 이르되, 네가 엘라 골짜기에서 죽인 블레셋 사람 골리앗의 칼을 보라. 그것이 여기에 에봇 뒤에 있는 보자기에 싸여 있으니 네가 그것을 가지려거든 가지라. 여기에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이 없느니라, 하매 다윗이 이르되, 그와 같은 것이 또 없으니 그것을 내게 주소서, 하니라. (삼상21:1~9)

아히멜렉이라는 인물은 성경 안에서 논쟁거리가 되어왔던 인물입니다. 그가 논쟁의 중심이 된 이유는 과연 제사장으로서 굶주린 다윗에게 성전 안의 거룩히 구별된 빵을 주어야만 했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는 논리적으로는 성전 안에 있는 음식을 주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리고 칼과 무기가 없다고 했던 다윗에게 에봇 뒤에 있는 보자기에 싸여 있었던 골리앗의 칼을 주어서도 안 됩니다. 그는 제사장으로서 성전 안에 있는 물건들에 대하여 임의로 결정하여 다윗을 돕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자입니다. 결국 그는 도엑이라는 자의 밀고로 자신을 포함한 85명의 제사장이 죽음을 당하게 되었고, 당시 제사장들의 도시였던 놉 땅의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과 젖 먹는 자들과 소와 나귀와 양들까지 모두 죽임을 당하게 되었습니다(삼상22:18-19). 아히멜렉 제사장이 내린 한 번의 판단이 한 마을을 참변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자칭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자들 중에 어떤 이들은 아히멜렉이 하나님의 성전에 있는 물건들을 함부로 다루었기 때문에 그는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아히멜렉은 경솔해 보입니다. 그는 비록 다윗이 배가 고파 있었다고는 하지만 누구와도 상의 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최소한 그 청년들이 여자들을 가까이 하지 아니하였으면 주리라”는 단 한 번의 질문으로 성전 안에 있는 빵을 먹게 하였습니다. 물론 그 빵은 더운 빵을 올려 놓은 날에 치워 놓은 것으로 어차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것이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에돔 족속 도엑에게 목격되었고, 이 말이 사울의 귀에 들어가게 됨으로서 결국에는 참사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은 이 사건에 대하여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아히멜렉이라는 제사장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그가 하나님의 것을 다루어 심판을 당하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성경의 평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옳은 정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 사건을 목격하고 사울에게 고발한 도엑에 대하여 다윗은 시편을 통하여 “오 강한 자여, 어찌하여 네가 해악을 자랑하느냐?”(시52:1)고 말합니다. 한 마디로 도엑이 아히멜렉을 고발한 사건은 악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엑의 말을 들은 사울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놉 땅에 거하는 아히멜렉을 비롯한 모든 제사장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그들을 추궁합니다. 아히멜렉은 오히려 왕의 모든 신하 가운데 다윗같이 신실한 자가 누구냐?고 오히려 변호하려 합니다. 결국 이 일로 인하여 사울은 노하게 되고 그들을 모두 죽일 것을 명령합니다. 그러나 정작 사울의 신하들은 하나님의 제사장들을 죽이기를 두려워하고 결국에는 에돔 사람 도엑으로 하여금 죽이도록 했고, 결국에는 도엑에 의하여 참변은 끝이 납니다(삼상22:11-19). 사울이 다윗을 죽였던 이유는 아히멜렉이 제사장으로서 어떠한 범죄를 했기 때문이 아니고 자신의 대적이었던 다윗을 보호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도 이와 비슷한 가르침을 주셨던 사실에 대하여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곡식 밭 사이로 지나갈 때 제자들이 사장하여 곡식 이삭을 따먹는 것을 보고 바리새인들이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할 때 대답하실 때, 다윗과 아히멜렉 제사장의 예를 들어 율법에 어긋나는 빵을 먹은 것을 기억하게 하시면서 제자들의 죄가 없음을 말씀하십니다(마12:1-8). 다시 말하면 아히멜렉이 다윗에게 비록 율법에 어긋나게 빵을 먹도록 했지만 정작 하나님께서는 그를 정죄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기에 하나 덧붙여 “내가 긍휼을 원하고 희생물을 원치 아니하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예들은 성경 안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하여 율법을 행하는 것보다는 긍휼을 원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탕자의 비유에서도 죄와 상관없이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님이 원하시는 본래의 모습은 율법 아래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과 긍휼을 품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아히멜렉의 선택은 매우 지혜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가 물론 다윗을 두려워하기도 하였지만 굶주린 다윗의 모습을 보았고, 다윗이 비록 자신의 처지를 숨기고 말하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그대로 믿고 원하는 것들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비록 율법을 수행하는 자였지만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이해하고 있었던 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들의 시대에 율법은 하나님의 뜻을 담은 모든 것이었지만 이 모든 규례에 앞서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구약에서나 신약 시대를 통틀어서 하나님의 명령을 요약한다면 그것은 먼저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다음으로는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막12:30,31). 이것은 율법을 대표하는 십계명의 요약이기도 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정한 틀 안에서 하나님을 섬기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극단적인 보수나 근본을 앞세워 스스로 규례를 정해놓고 그곳을 벗어나면 정죄하려 합니다. 그러나 거듭난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자신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사랑과 긍휼에 기초한 믿음의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아히멜렉이 비록 율법에 어긋난 일을 하고 재앙에 가까운 참변을 당했다 할지라도 신약성도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엇던 이유는 바로 긍휼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다윗과 아히멜렉의 사건을 두고 성경의 오류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건은 마가복음에서 “아비아달 대제사장 시대”(막2:25~28)에 일어난 사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사건은 분명하게 아비아달 대제사장 시대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고 아히멜렉은 놉 지방에 거했던 제사장이었습니다. 이 문제는 아비아달이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아히멜렉이 놉 지방에서 제사장의 직무를 섬기고 있었다고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대제사장과 제사장은 같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성경의 오류 문제라기보다는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일점일획도 틀릴 수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습니다(마5:18). 그것은 주님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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