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바로잡기] 골로새서 1장20절

조회 수 2038 추천 수 0 2012.11.06 11:06:39


And, having made peace through the blood of his cross, by him to reconcile all things unto himself; by him, I say, whether they be things in earth, or things in heaven. (KJV)

 

그분의 십자가의 피를 통해 화평을 이루사 그분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들이 즉 내가 말하노니 그분으로 말미암아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자신과 화해하게 하셨느니라. (흠정역)

그의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되기를 기뻐하심이라 (개역개정)

 

영어 KJV는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언어의 세계화와 문학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할 만큼 위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언어가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이유는 이미 완성된 성경을 변개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더 이상 문장의 수려함을 건드릴 수 없다는 이유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원어에는 없는 내용들을 넣음으로서 더욱 선명하게 하거나 강조함으로서 문장을 더욱 이해하기 쉽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이태릭체로 구분하여 번역함으로서 번역자들의 정직함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이태릭체는 한글로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어와 한글이 구조적인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원어는 be동사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모든 문장마다 be동사를 이태릭체로 삽입하여 문장을 완성합니다. be동사가 없이는 문장이 완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글 역시 모든 서술형 문장에는 be동사에 해당되는 단어가 반드시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끔 영어 KJV를 그대로 번역을 하다보면 문장이 어색해질 때가 있습니다. 가령 흠정역은 영어 KJV성경에 매우 충실하게 번역하였는데, 이태릭체로 되어 있는 “I say”“they be”를 그대로 번역하여 전체 문장 중간에 “내가 말하노니 그분으로 ~하셨느니라”라는 단어를 넣었습니다. 물론 이 문장이 이태릭체로 되어 있다는 것은 원어에는 없다는 것을 번역자들이 독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단어가 전체 문장 안에 삽입되었을 때, 영어는 문장을 더욱 선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되지만 한글로 번역을 하게 될 때는 매우 어색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그 어색함은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문장은 차라리 이태릭체를 번역하지 않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운 문장이기도 합니다.

 

개역개정은 다른 원문을 많이 참조하여 전체적으로 많은 곳에서 변개된 부분이 나타나는 성경이지만 이 문장에 있어서는 오히려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하였습니다. 이태릭체로 되어있는 부분을 생략하고 원어만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all things”는 곧 “things in earth, or things in heaven”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쉽도록 번역한 것입니다. 흠정역이 “모든 것들”과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 사이에 이태릭체로 구성된 단어들을 삽입함으로서 다소 문장이 어수선하게 된 반면에 개역개정은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로 번역함으로서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번역자들로 하여금 정확성, 혹은 정직성과 읽힘성 사이에 언제나 고민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KJV성경을 번역한다고 말하고, 이태릭체를 무시한다면 그것 또한 정직하지 못한 번역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독자들을 고려한 읽힘성이 무시된다면 그것이 성도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읽혀지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어만으로 번역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문장의 구성에도 자의적 해석이 들어가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할 수도 없습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진지한 고민이 계속되면서 흙 도가니에서 정제하여 일곱 번 순수하게 만든 은과 같은 성경(시12:6)을 번역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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