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1장 1-4절

“바사 왕 고레스 원년에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시려고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 그가 온 나라에 공포도 하고 조서도 내려 이르되, 바사 왕 고레스는 말하노니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 모든 나라를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여 유다 예루살렘에 전을 건축하라 하셨나니,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참신이시라. 너희 중에 그의 백성된 자는 다 유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전을 건축하라, 그는 예루살렘에 계신 하나님이시라. 남아 있는 자가 어디에 머물러 살든지 그 곳 사람들이 마땅히 은과 금과 그 밖의 물건들과 짐승으로 도와주고, 그 외에도 예루살렘에 세울 하나님의 전을 위하여 예물을 기쁘게 드릴지니라 하였더라.” (에스라 1:1-4)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백성뿐만 아니라, 이방 왕들조차 사용하시는 분이심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본문은 바벨론 포로 생활에서 벗어난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회복의 시작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하나님께서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셔서 예루살렘 성전 건축을 위한 귀환과 명령을 선포하게 하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사 왕 고레스는 세계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 세워진 왕이었습니다. 그는 바사(페르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로, 주전 539년에 바벨론을 정복하고 당시 세계를 제패한 제국의 통치자가 되었습니다. 고레스는 여러 민족에게 자치와 종교적 자유를 허락한 관용 정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유다 백성에게도 돌아가서 그들의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도록 특별한 조서를 내린 인물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고레스의 이름이 이미 이사야 선지자에 의해 수백 년 전에 예언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사야 44장 28절에서 하나님은 “고레스에게 이르기를 내 목자라, 그가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하며, 예루살렘에 대하여 이르기를 중건되리라 하며, 성전에 대하여 이르기를 네 기초가 놓여지리라 하시는 이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사야 45장 1절에서도 고레스는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로 표현됩니다.


고레스의 조서는 단순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에스라 1장 1절은 분명히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의 입으로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시려고 바사 왕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 하나님께서는 이미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포로 생활이 70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바벨론에서 칠십 년이 차면 내가 너희를 돌보고 나의 선한 말을 너희에게 성취하여 너희를 이곳으로 돌아오게 하리라” (예레미야 29:10). 이 말씀을 이루시기 위해 하나님은 이방 제국의 황제의 마음까지도 움직이셨던 것입니다.


고레스는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세상 모든 나라를 내게 주셨고”라고 고백합니다. 당시 이방인으로서 하나님의 온전한 백성은 아니었지만, 그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신앙적 고백을 한 셈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발견합니다. 하나님은 구원에 속하지 않은 자라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세계 역사 전체를 주관하시는 주권자이심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한 이 고백은 그가 단순한 정치인의 수준을 넘어서 하나님의 섭리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리고 고레스는 “너희 중에 그의 백성된 자는 다 유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여호와의 전을 건축하라”고 명령합니다. 성전 건축의 사명을 받은 자는 바로 하나님의 백성, 곧 유다인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일을 이방 왕을 통해 명하게 하셨지만, 그 일의 실행은 오직 하나님의 백성들이 맡아야 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가 세상 속에서 해야 할 사명을 상기시켜 줍니다. 세상 권세가 교회를 도울 수는 있어도, 교회의 사명을 대신 수행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일은 반드시 하나님의 백성의 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본문 4절에서는 이방인들, 즉 유다 백성과 함께 살던 ‘그 곳 사람들’에게도 명령이 주어집니다. “그 곳 사람들이 마땅히 은과 금과 그 밖의 물건들과 짐승으로 도와주고, 그 외에도 예루살렘에 세울 하나님의 전을 위하여 예물을 기쁘게 드릴지니라.” 이는 출애굽 사건을 연상케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날 때, 하나님은 애굽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그들에게 은과 금을 주게 하셨습니다(출애굽기 12:35-36). 마치 제2의 출애굽과도 같은 이 귀환 사건은, 하나님의 백성이 다시 회복되어 하나님의 집을 짓는 일에 헌신하게 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이 단지 고레스의 정치적 결단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본문은 분명히 말합니다. “여호와께서 고레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매...” 하나님의 뜻은 사람의 의지나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와 감동하심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든, 모든 역사의 배후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하나님께서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시고, 세상의 흐름 속에서 그분의 백성을 위해 일하신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복음이 자유롭게 전해질 수 있도록 역사 속에서 문을 여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사명을 위해 필요한 자원과 길을 예비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그분의 말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고레스의 조서는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하나님의 메시지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고레스와 같은 자들을 사용하시고, 예레미야와 같은 예언자들을 통해 말씀하신 뜻을 이루어 가십니다. 그리고 그 뜻을 이루는 마지막 손길은 항상 하나님의 백성된 우리를 통해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반드시 성취됩니다. 예레미야를 통해 하신 예언도, 이방인 고레스를 통해 내린 조서도, 결국 하나님의 언약 성취를 위한 거룩한 과정이었습니다. 오늘 이 말씀 앞에서, 우리도 하나님의 감동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나님의 집을 세우는 사명에 기꺼이 헌신하는 자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이 부르심 앞에 “아멘”으로 응답하며, 순종으로 나아가는 복된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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