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계시록 1장 10-11절
“주의 날에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 내 뒤에서 나는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으니 이르되 ‘네가 보는 것을 두루마리에 써서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등 일곱 교회에 보내라’ 하시기로” (요한계시록 1:10-11)
본문은 요한계시록이 어떤 배경 속에서 쓰여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사도 요한은 주의 날에, 즉 부활하신 주님을 기념하는 주일에 ‘성령에 감동되어’ 주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음성은 마치 나팔 소리처럼 분명하고 강력하였으며, 그 말씀을 기록하여 일곱 교회에 보내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말씀은 단지 계시록의 기록 동기를 알려주는 정도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성령 안에서 살아가는 자들의 삶의 원형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 본문을 통해 성령 충만한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첫째, 성령 안에 있는 자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사도 요한은 “내가 성령에 감동되어”라는 표현으로 본문의 문을 엽니다. 이는 그가 단순히 감정적인 자극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에 온전히 사로잡힌 상태였음을 나타냅니다. 구약에서도 선지자들이 하나님의 영에 감동되어 예언하였고, 신약에서도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사도들은 성령 안에서 복음을 담대히 선포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요한은 이 밧모 섬에서 외롭고 고단한 상황 가운데 있었지만, 성령 안에 있었기에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고, 계시를 받아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주님의 말씀을 분명하게 듣고 깨달으며 순종하는 삶을 살기 원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성령 안에 거해야 합니다. 로마서 8장 9절에서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는 모든 자들 안에는 성령이 거하시지만, 모두가 성령에 충만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들은 여전히 육신의 소욕을 따라 살고 있으며, 세상의 소리에 민감하지만 하나님의 음성에는 둔감한 삶을 살아갑니다.
성령에 사로잡힌 삶은 단지 특별한 체험이나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주님의 음성을 듣고, 그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영적인 민감함의 상태입니다. 사도 요한은 바로 그 상태에서 ‘나팔 소리 같은 큰 음성’을 들었습니다. 이는 분명하고 확신 있는 명령이었으며, 혼동되거나 모호하지 않은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둘째, 성령 안에 있는 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고 전달합니다.
주님은 요한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보는 것을 두루마리에 써서 일곱 교회에 보내라.” 이것은 단지 개인적인 계시가 아니라 공적인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였기에 기록되어야 했고, 전달되어야 했습니다. 성령 안에 거하는 자는 단지 주님의 음성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말씀을 기록하고 선포하며 전달하는 자로 부름받습니다.
오늘날에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 각 사람을 통해 그분의 뜻을 전달하길 원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은 단지 내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교회와 성도들을 향해 흘러가야 하는 살아있는 말씀입니다. 베드로후서 1장 21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예언은 언제든지 사람의 뜻으로 된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의 감동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받아 말한 것임이라.” 하나님께 받은 말씀은 기록되고, 선포되어야 하며, 성도들에게 전해져야 합니다.
셋째, 성령 안에 있는 자는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관심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요한에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일곱 교회에 보내라.” 이 교회들은 오늘날 터키 지역에 있었던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의 지역 교회들을 말합니다. 이 교회들은 단지 지역 교회들을 대표하는 것일 뿐 아니라, 모든 시대의 교회들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그 지역의 교회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교회 건물들은 박물관이 되었고, 그 땅은 이슬람화 되어 복음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교회는 건물이나 제도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깨어 있는 성도들의 공동체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네 촛대를 옮기리라.” (계2:5) 참된 교회는 외형이 아니라, 주님께 순종하는 신실한 무리들로 구성된 살아 있는 공동체입니다.
이 말씀을 통해 세 가지를 깊이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첫째, 성령 안에 거하는가, 둘째,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셋째,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받고 순종하고 있는가입니다. 신실한 교회는 언제나 성령의 인도하심 아래, 말씀 위에 세워진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령 안에 있는 삶을 더욱 사모해야 합니다. 육신의 생각과 세상의 방법을 버리고, 오직 말씀으로 조명하시는 성령께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성령 충만한 자는 하나님의 뜻을 정확히 알게 되고, 그 뜻을 담대히 전하며, 교회를 온전히 세우는 일에 쓰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시대는 성령 충만한 그리스도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교회를 향한 주님의 메시지를 생명처럼 붙들고 살아가는 자들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 사도 요한처럼 “성령에 감동되어” 주님의 말씀을 듣고, 기록하며, 순종하는 성령의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