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가 온다.
타려고 하니, 비상등이 깜빡 깜빡한다.
고장인가? 했는데, 타고 있던 사람도 내리지 않고, 또 태운다.
아닌가? 싶어 나도 탔다. 근데.....
한 정거장도 못가서 덜덜 거린다. 기사님의 표정을 살폈더니, 갸우뚱 거리며, 열심히 애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류장에서 내려주면서 '다음 차 타세요'하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정류장을 지나치고, 또 지나치고 했다... 계속해서 기사님의 노력은 계속되고, 휴대폰을 걸기도 하고, 무전기로 얘길 하기도 하면서 일곱정거장을 더 갔다.. 앉아 있는데도 몸이 앞 뒤로 흔들리며 덜덜 거리기도 하고, 잠깐 멈추기도 하고 아주 조금씩 조금씩 나아갔다..
맨 처음 정거장에서 내릴까 생각도 했었다. 나는 버스 카드가 있으니, 환승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또, 누군가가 왜 그러냐고 한 마디 할 법도 한데, 아무도 없었다. 얘기 하는 사람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까? 생각하면서, 흥미롭기까지 했다..
가는 동안 한 사람만 벨을 두르고 내렸을 뿐 정류장 마다 사람들을 태우고...
여섯, 일곱 정류장 째는 이러다 목적지 까지 가겠네. 생각마저 들었다.. 아주 여유롭게...가는 동안 나는 버스를 탄 것이 아니라 마치 놀이 기구를 타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곱째 정거장에 가더니, 뒷차에다 연락을 하는 것 같더니, 도저히 안되겠다고, 다음 차를 타란다..
내리니, 바로 뒤에 같은 번호의 차가 와 있었고, 탔던 사람들은 바로 갈아 타고 목적지를 향했다.
그 차를 타고 오는 동안 내가 여유롭게 웃음을 띠우며, 올 수 있었던 것은 시간에 쫓기고 있지 않고, 집으로 가고 있었던 까닭도 있지만, 시내 버스를 타고 있던 까닭이 더 컸던 것 같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있었다면, 여유로울 수 있었을까? 아님, 배는 어떤가? 그것도 아님, 고속도로였다면...두려움과 공포속에 있었겠지..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겠지..
우린 지금 무엇을 타고 있는가? 운전하는 사람은 믿을 만 한가?
내가 여유를 갖게 된 것은 또 한 가지 이유. 거울로 보이는 기사님의 아무것도 아닌 듯한 표정.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노력, 그런 것들도 한 몫을 했다...
우리들의 삶이 더 여유롭기를 원한다.. 그리할 때, 자기의 일들을 잘 감당해 나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