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부르시는 하나님

 

본문: 잠언 815

지혜가 부르지 아니하느냐 명철이 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느냐 그가 길 가의 높은 곳과 네거리에서며 성문 곁과 문 어귀와 여러 출입하는 문에서 불러 이르되 사람들아 내가 너희를 부르며 내가 인자들에게 소리를 높이노라 어리석은 자들아 너희는 명철할지어다 미련한 자들아 너희는 마음이 밝을지어다

 

잠언 8장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지혜가 부르지 아니하느냐?” 이는 단순한 수사적 질문이 아닙니다. 이미 부르고 있다는 선언입니다. 지혜는 침묵하지 않습니다. 명철은 속삭이지 않습니다. 소리를 높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뜻을 감추어 두시는 분이 아니라, 드러내어 말씀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멀리 계시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성경은 말합니다. 지혜는 이미 길 위에서 부르고 있다고. 길 가의 높은 곳에서, 네거리에서, 성문 곁에서, 출입하는 문에서 부르고 있다고. 이는 모두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지혜는 은밀한 골방이 아니라, 삶의 한복판에서 외칩니다.

 

이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고대 도시에서 성문은 재판이 이루어지고, 상업이 이루어지고, 정치가 논의되는 중심지였습니다. 네거리는 사람들이 오가는 분주한 자리입니다. 지혜는 그곳에서 외칩니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이 단지 종교적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의 직장, 가정, 시장, 사회 속에서 울려 퍼진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아 내가 너희를 부르며.” 여기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특정한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향한 초청입니다. 지혜는 엘리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학식이 많은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인자들, 곧 모든 인간을 향해 부르십니다.

 

특별히 어리석은 자들아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은혜입니다. 지혜는 이미 지혜로운 자에게만 말하지 않습니다. 부족한 자, 실수한 자, 방황하는 자에게 먼저 손을 내밉니다. 어리석음은 끝이 아닙니다. 부르심이 들리는 한, 여전히 기회가 있습니다.

 

너희는 명철할지어다.” 이는 단순한 충고가 아니라, 가능성의 선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어리석은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부르시고, 깨닫게 하시고, 밝히십니다. 미련한 자들아 너희는 마음이 밝을지어다.” 마음이 밝아진다는 것은 시야가 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혼란 속에서 길을 보는 것입니다.

 

지혜의 외침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우리는 다양한 소리 속에 살아갑니다. 광고의 소리, 세상의 유혹의 소리, 욕망의 소리. 그러나 그 가운데 지혜의 음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들리는가가 아니라, 귀를 기울이는가입니다.

 

지혜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외칩니다. 부르지만 억지로 끌지 않습니다. 그래서 선택이 필요합니다. 네거리에서 부르는 지혜의 소리를 듣고도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는 순간, 우리는 어둠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복음과도 닮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길가에서, 호숫가에서, 시장에서 말씀하셨습니다. 특정한 성전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 한가운데서 외치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지혜의 외침은 곧 하나님의 초청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길 위에서 부르십니다. 우리의 분주한 일상 속에서, 선택의 갈림길에서, 인생의 네거리에서 부르십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음성을 듣고 멈추는가입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어떤 소리에 더 민감한가. 세상의 소리인가, 지혜의 소리인가. 나는 네거리에서 잠시 멈추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가, 아니면 서둘러 지나치는가.

 

우리의 기도가 이렇게 바뀌기를 소망합니다. “주님, 말씀해 주옵소서에서 주님, 듣는 귀를 주옵소서.” “주님, 길을 보여 주옵소서에서 주님, 부르실 때 멈추게 하옵소서.” 지혜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이미 부르고 있습니다.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사랑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부르심에 응답할 때, 우리의 길은 달라집니다. 네거리가 방황의 자리가 아니라, 결단의 자리가 됩니다.

 

이 공개적 초청을 통해 성도들의 귀를 열어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사역 위에 하나님의 은혜가 더욱 충만히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듣는 모든 이들이 지혜의 음성에 응답하여, 어둠이 아닌 빛의 길을 선택하는 복된 인생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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