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편 13018

 

시편 130편은 전통적으로 신앙의 디퍼스(De Profundis)”, 깊은 곳에서 부르는 기도라 불리는 탄식시입니다. 이 시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는 영혼의 고백이며, 그 절망의 끝에서 다시 희망을 붙잡는 구원의 찬송입니다. 시편 129편에서 목회자와 성도가 함께 고난 속에서도 주권적 하나님을 신뢰하던 그 신앙의 고백이, 오늘 130편에서는 더욱 깊고 개인적인 차원으로 내려갑니다. 시인은 마치 심연에 떨어져 손을 뻗는 자처럼 하나님을 향해 외칩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죄와 연약함, 그리고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의 은혜를 강렬하게 선포합니다.

 

시인은 첫 구절에서 자신의 영적 상태를 깊은 곳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물에 빠져 바닥을 모르는 심연처럼, 인간의 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극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죄악의 결과로 인한 고통,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듯한 죄책감,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주님께 부르짖는 기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주께 부르짖는다고 고백합니다. 절망의 깊이가 깊을수록 하나님을 향한 부르짖음은 더욱 간절해집니다. 그가 찾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며, 그의 기도는 하나님께만 응답을 기대하는 신앙의 외침입니다. 이는 모든 성도가 삶에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영적 깊은 밤, 영혼의 절벽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님께 부르짖는 기도뿐임을 가르쳐 줍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죄악을 살피실진대 누가 서리이이까.” 시인은 하나님의 공의 앞에 설 때 인간은 한 사람도 감히 설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과 운명을 정직하게 바라보는 고백입니다. 죄를 지으면 숨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러나 은혜를 입은 영혼은 오히려 하나님 앞에 서야만 살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4절에서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사유하심이 주께 있음은 주를 경외하게 하심이니이다.” 하나님께 용서가 있기 때문에 인간은 다시 하나님을 경외할 수 있습니다. 용서가 없다면 인간은 영원히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도망칠 뿐이겠지만, 사유하심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용서는 죄인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품으시는 하나님의 품격이며, 경외는 그 용서의 은혜를 깨달은 영혼이 드리는 참된 반응입니다.

 

시인은 자신의 영혼이 하나님을 기다린다고 고백합니다. 기다림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즉각적인 해결이 없다는 전제가 있고, 둘째,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믿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파숫군이 아침을 기다림보다 더하다고 말합니다. 파숫군은 밤의 어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적이 올지 모르는 긴장 속에서 밤은 길고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는 반드시 아침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견딥니다. 시인은 지금 자신의 영혼을 파숫군에 비유합니다. 어둠은 깊지만, 새벽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고통은 길지만, 하나님의 응답은 반드시 임할 것입니다. 바로 이 기다림이 신앙의 본질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자는 기다립니다. 하나님이 일하실 것을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시편 129편처럼, 오늘 130편도 마지막 결론은 개인적 고백에서 이스라엘 전체에 대한 권면으로 확장됩니다. 시인은 이스라엘아 여호와를 바랄지어다라고 선포합니다. 여기에는 한 개인이 경험한 하나님의 은혜가 공동체 전체를 살리는 힘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께는 인자하심과 풍성한 구속이 있습니다. 인간의 죄는 깊고 무겁지만, 하나님의 구속은 크고 넓습니다. 그리고 8절의 고백은 시편 전체에서 가장 복음적인 선언 중 하나입니다: 그가 이스라엘을 그의 모든 죄악에서 구속하시리로다.” 여기서 모든 죄악이라는 표현은 인간이 해결할 수 없는 죄의 전적인 문제를 포함하며, 완전한 구속과 회복을 약속합니다. 이 말씀은 장차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될 구속의 은혜를 예언하는 위대한 선언입니다. 죄의 깊음보다 구속의 은혜가 더 깊고, 절망의 어둠보다 하나님의 빛은 더 밝습니다.

 

시편 130편은 절망에서 시작하지만 소망으로 끝납니다. 깊은 곳에서 부르짖는 영혼은 하나님을 만납니다. 자신의 죄를 직면한 자는 하나님의 용서를 경험합니다.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낸 자는 새벽의 빛을 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속을 경험한 자는 공동체 전체를 향해 믿음의 선포자가 됩니다. 우리가 어떤 깊은 상황에 있든지, 하나님은 부르짖는 자의 소리를 들으시는 분입니다. 하나님의 용서는 우리의 삶을 새롭게 하며, 하나님의 구속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을 바라보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깊은 곳에서도 하나님은 들으시며, 깊은 곳에서도 그의 은혜는 우리를 끌어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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