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구절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시편 39편 7절)
우리는 때로 인생의 무게와 고통 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마음이 조여 오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바로 그런 때, 우리는 무엇을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이 땅의 짧은 여정을 걸어가야 할까요? 시편 39편은 다윗이 인생의 연약함과 무상함을 깊이 깨닫고, 고통 가운데 침묵하다가 마침내 하나님을 향해 다시 입을 열어 기도하는 회개의 시편입니다. 이 시는 특히 고난과 침묵, 그리고 인생의 유한함 속에서도 하나님만이 소망이 되심을 고백하는 아름다운 믿음의 고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 시편 39편을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묵상하며, 인생의 한계를 직면하면서도 하나님께 소망을 두는 성숙한 신앙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소원합니다.
Ⅰ. 침묵 속에서 타오르는 마음 (1절–3절)
시편 39편은 다윗의 내면적 결심으로 시작됩니다.
“내가 말하기를, 나의 행위를 조심하여 내 혀로 범죄하지 아니하리니, 악인이 내 앞에 있을 때에 내가 내 입에 재갈을 먹이리라 하였도다.” (1절)
다윗은 자신의 말이 죄가 되지 않도록 침묵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그 침묵은 곧 고통이 되고, 그의 마음은 더 뜨겁게 불타오릅니다.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 속에서 터져 나오는 현실에 대한 절규는 더욱 그를 괴롭게 만듭니다.
“내 마음이 내 속에서 뜨거워서, 묵상할 때에 불이 붙으니 나의 혀로 말하기를…” (3절)
우리도 때때로 말해야 할지 침묵해야 할지 갈등합니다. 그러나 침묵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침묵 속에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고자 하는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다윗은 결국 그 뜨거운 마음을 하나님 앞에 토해 놓으며 고백을 시작합니다.
Ⅱ. 인생의 허무함을 깨닫는 기도 (4절–6절, 10절–11절)
다윗은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호와여 나의 종말과 연한이 언제까지인지 알게 하사, 내가 나의 연약함을 알게 하소서.” (4절)
이 말씀은 인생의 길이와 의미를 하나님께 묻는 다윗의 진지한 신앙 고백입니다. 그는 이어서 말합니다.
“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의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5절)
인간의 삶은 길어 보여도 사실은 순식간이며, 그 본질은 허무하고 덧없다는 것을 다윗은 고백합니다. 그는 ‘그림자처럼 살아가는 인생’, ‘재물을 쌓지만 누가 거둘지 알지 못하는 인생’의 허무를 통찰합니다(6절).
이어서 그는 하나님의 징계에 대해 묵상하며 말합니다.
“주께서 사람의 죄악을 책망하사 그 영화를 좀 먹음같이 소멸하게 하시니…” (11절)
여기서 다윗은 고난과 질병, 인간의 쇠약함이 단지 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인간의 죄와 한계에 대한 영적 문제임을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선 인간은 결코 스스로 완전할 수 없으며, 그래서 더욱 하나님께로 나아가야 한다는 자각의 기도입니다.
Ⅲ. 오직 하나님께 소망을 두는 신앙 (7절–13절)
모든 고백의 절정은 7절입니다.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이 고백은 인간의 허무함 속에서도 참된 소망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는 고백입니다.
세상은 불확실하며, 인간은 연약하고 수명은 짧습니다. 그러나 그런 한계 속에서 다윗은 하나님께 눈을 돌려 참된 소망을 다시 붙잡습니다.
그리고 그는 죄 용서를 구합니다.
“나를 모든 죄에서 건지시며 우매한 자에게 욕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8절)
이 고백은 다윗이 단순히 상황의 해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이 정결해지기를 원하는 회개의 기도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과 함께 기도합니다.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시고, 내가 눈물 흘릴 때에 잠잠하지 마옵소서… 나는 주와 함께 있는 나그네이며…” (12절)
인생을 낯선 땅의 나그네로 고백하며, 자신이 이 땅을 잠시 거쳐가는 순례자라는 인식 속에서 그는 다시 한번 하나님께 삶의 끝까지 붙들려 살기를 간절히 간구합니다.
시편 39편은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영적 통찰을 줍니다.
첫째,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풀어놓으십시오.
둘째, 인생의 덧없음을 정직하게 직면하십시오.
셋째, 참된 소망은 오직 하나님께 있음을 믿고 고백하십시오.
다윗처럼, 우리는 때때로 침묵하고 고민하며, 외롭고 허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자리에서 하나님께 소망을 두는 자는 결코 버림받지 않으며, 주의 손길로 회복되고 인도함을 받게 됩니다.
이 시편을 통해 우리의 눈물이 기도가 되고, 우리의 연약함이 믿음이 되며, 우리의 생애가 하나님의 손에 들린 거룩한 순례길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이까? 나의 소망은 오직 주께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