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느헤미야 8장 9-12절
느헤미야 8장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백성들이 에스라와 레위인들의 인도로 하나님의 율법을 듣고 반응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9절부터 12절까지의 본문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사람들이 어떤 자세로 반응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말씀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먼저, 백성들은 율법의 말씀을 들은 후 모두 울었습니다. “율법의 말씀을 듣고 다 우는지라”(느 8:9). 이는 단순한 감정의 발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울었던 이유는, 자신들이 하나님의 율법에서 요구하는 거룩한 삶과 너무나도 먼 삶을 살고 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하나님의 뜻에서 얼마나 떠나 있었는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니 비로소 죄가 보이고, 자기의 연약함과 부족함이 뼈저리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이 눈물은 회개의 눈물이었고, 말씀을 진정으로 사모하고 청종하려는 믿음의 표현이었습니다.
말씀 앞에서 진실하게 울 수 있는 사람은 복된 사람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신앙은 때때로 감정에만 치우치고, 하나님의 뜻과는 동떨어진 감성적인 신앙에 머무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진짜 신앙은 말씀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죄를 깨닫고 회개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사도행전 2장에서 베드로의 설교를 들은 사람들이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라고 외쳤을 때, 그들은 마음에 찔려 회개하고 세례를 받았으며(행 2:37-38), 오순절 성령 강림의 놀라운 은혜를 체험했습니다. 오늘도 말씀 앞에서 우리가 회개하며 반응할 때, 하나님은 새로운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그런데 이러한 회개와 슬픔 가운데 있었던 백성들에게, 느헤미야와 에스라와 레위인들은 뜻밖의 말을 전합니다. “이 날은 우리 주의 성일이니 슬퍼하지 말며 울지 말라”(느 8:9)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이 날이 단지 회개로 끝나는 날이 아니라, 하나님께로 돌아온 것을 기뻐해야 할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죄를 깨닫게 하시되, 죄의식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으십니다. 회개 이후에는 반드시 기쁨과 감사가 따릅니다. 참된 회개는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의 회복과 기쁨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10절에서 느헤미야는 더 구체적으로 권면합니다. “너희는 가서 살진 것을 먹고 단 것을 마시되 준비하지 못한 자에게 나누어 주라.” 그리고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라고 선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기쁨은 감정이 아니라 결단이며, 순종이며,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곧 신자의 힘입니다. 죄를 깨닫고 슬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를 받은 은혜를 기뻐하며 감사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신앙의 능력입니다.
뿐만 아니라, 느헤미야는 먹을 것이 없는 자와 나누라고 권면합니다. 이는 신앙이 결코 개인적인 만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호와를 기뻐하는 일은 공동체 안에서 함께 나누고, 서로를 돌아보는 사랑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 하신 말씀처럼, 오늘의 교회 역시 개인의 경건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사랑과 돌봄을 실천해야 합니다.
백성들은 지도자들의 권면을 듣고 즉시 반응하였습니다. 12절에 보면 “먹고 마시며 나누어 주고 크게 즐거워하니 이는 그들이 그 읽어 들려준 말을 밝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더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말씀을 깨달았고, 그 말씀에 순종하여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백성의 참된 모습입니다. 말씀은 단지 듣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듣고 깨달은 대로 살아내야 참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러한 흐름을 보아 당시 에스라와 레위인들이 낭독한 율법의 부분은 신명기의 말씀, 특히 초막절과 관련된 구절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신명기 16장 11-15절에 보면, 절기 때에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나옵니다. 또한 신명기 31장 9-13절은 매 7년마다 율법을 백성 앞에서 낭독하라는 규정이 있습니다. 당시 그들이 낭독한 말씀이 이러한 부분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말씀 앞에서 울어야 하고, 말씀으로 인해 기뻐해야 합니다. 우리의 죄를 보게 하시고 회개케 하신 주님의 은혜를 따라, 이제는 말씀을 깨닫고 순종하며 살아내는 성숙한 신앙인이 되어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혼자만의 기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을 기뻐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며, “여호와를 기뻐하는 것이 우리의 힘”임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너희는 근심하지 말라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 (느헤미야 8:10)